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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Feb 15. 2024

카타르 2회 연속 우승

이강인 v 손흥민 (feat. 클린스만)


3-1


카타르는 대표선수인 아크람 아피프가 (Akram Afif) 무려 pk로만 3골을 넣으며, 우리를 4강에서 이기고 올라온 요르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합니다. 요르단이 한골 따라 붙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경기를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지요.


중국에서 2023년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던 이번 대회는 중국의 사정으로 연기되었고, 카타르가 2024년에 대신 뒤늦게 개최했지만, 연수를 맞추기 위해 2023을 유지했고, 카타르의 우승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참고로, 올해는 유로 2024가 있는 해입니다. 6월에 시작하지요. 그리고, 7월엔 파리 올림픽입니다.)


리버풀의 주력인 이집트 출신의 살라와 (손흥민과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 공동 득점왕 출신) 비슷한 헤어 스타일을 한 아피프는, 이번 대회 득점왕과 MVP를 석권합니다.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 출신 손흥민이 못해본 걸 이 친구가 해보네요. 그렇게 크게 부럽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카타르가 아시아 축구 최강국이며 2회 연속 우승한 것이 진정한 실력이고, 결승전에 페널티 킥을 3번이나 차는 것이 정상일까요?


기억하시겠지만, 지난 카타르 월드컵 당시 우리는 H조에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한 조가 되어, 마지막 경기에서 기적적으로 16강 토너먼트로 진출했습니다. 카타르는 A조에, 네덜란드, 세네갈, 에콰도르와 함께 속해서 3패로 예선 탈락했지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지난 월드컵 때 카타르는 home advantage를 얻을 상황도 아니었고, 있었다고 해도 실력차로 무너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선 home advantage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그것을 극복할 정도의 실력차가 있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우리도 사실 2002 월드컵 당시 익숙한 자국 땅에서, 음식을 공수해가지 않아도 편하게 우리 음식을 먹으며 경기를 할 수 있었지요. 경기장을 붉게 물든인 붉은 악마의 전폭적인 응원도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과 선수들의 실력 향상 그리고 의지가 보태졌기 때문이지만, 솔직히 2002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렸다면 4강에 오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낯선 땅에서 일방적인 지지를 받는 현지 팀을 상대로 경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현격한 실력 차가 있으면 몰라도, 보통 현지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현지 팀이 유리하게 마련이고, 심판도 공정하게 경기를 운영하려 하지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몇 만 명이 자신이 내린 판정에 ’우~~‘ 하며 야유를 보내면 영향을 받게 되겠지요. 몇 명이 자신이 결정한 일에 손가락질을 하고 비난을 해도 동요하기 쉬운 것이 인간입니다.


이런 이유 등으로 4강엔 우리를 제외한 3개 팀이 중동 팀이었습니다. 지난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 일본도 8강에서 탈락했지요. 결승은 중동 팀끼리 맞붙었으며, 우승은 아예 홈팀인 카타르가 차지했습니다.




우승을 결정 짓는 이번 결승전을 보신 분이 많으실까요?


아님 우리나라가 요르단과 맞붙은 4강전을 보신 분이 많으실까요?


지난 글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아시안 컵은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세계 최고 실력을 가진 선수들이 활약하며, 수준 높은 경기를 보여주는 월드컵과 달리, 아무래도 수준 차이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시안 컵 보느니 차라리 프리미어 리그나 챔피언스 리그 경기 본다는 분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상대 팀 선수들 이름도 잘 모르고, 일본과 결승전에서 이겼으면 좋겠다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지요.


그나마 역대 최고 수준의 우리 대표팀을 클린스만 감독이 어떻게 이끌어서 6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까 가 궁금해서 보신 분이 많으실 것입니다. 지난 번 아시안 게임에서 결승전 일본을 꺾고 우승하며 좋은 흐름을 가져가고, 이번 대회 우승 그리고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잘 치른 후 본선에서 16강,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길 기대하는 마음이었지요.


조별 예선에서 8-0 이렇게 이기면 재미 없겠다는 우려와 달리, 우리 대표팀은 좀비 축구라는 칭찬인 것 같으면서도 뒤끝이 좋지 않은 별명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떤 분 말씀대로 좀비는 주인공도 아니고, 결국 주인공에 의해 죽으니까요.


아마 결승전보다 클린스만 감독을 질타하고 교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보고 들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브런치에도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을 포함 클린스만 감독의 적극성 부족을 지적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거기다, 이강인의 하극상과 손흥민 등 고참 선수들과의 갈등까지. 개인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선수 시절부터 좋아했고 기대도 많이 했지만 다 맞는 말씀이셨습니다.


특히, 축구 해설을 오래 해오신 분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하시는 샤우팅 해설위원의 강한 지적은 틀린 말이 거의 없었지요. 주로 ‘전술이 없다.’ 구체적으론 ‘약속된 플레이, 선수 교체와 함께 있어야 하는 전술의 변화가 없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조별 예선에서 1차전 바레인을 상대로 이기고, 2차전 요르단과 비긴 후 3차전에서 말레이시아를 맞이했습니다.


1승 1무로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지만, 다른 분들 말씀대로 사실상 16강행은 결정 지은 상태에서 주력 선수들을 거의 그대로 내보냈습니다. 조별예선 후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방식에선 보통 이런 상황이면 주력 선수들을 빼고, 그동안 기회가 적게 주어졌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력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고 중요한 16강전부터의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한 선수들이 축적된 체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체력의 한계가 있는 선수들에 대한 안배와 기회 제공을 통한 로테이션이라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선수 출전의 재량권을 가진 클린스만 감독은 정석을 따르지 않고, 주력 선수들을 기용했습니다. 아마도 약체를 상대로 속 시원하게 큰 점수차로 2승을 거두지 못하고, 점수를 허용한 것에 대한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최약체를 5-0 으로 제압하고,


“거봐, 나 잘하잖아. 골 많이 넣고, 한 골도 안 먹었잖아. 나 클린스만이야. 축구 스타 출신으로 독일 대표팀, 바이에른 뮌헨 감독까지 한 나란 말이야. 그러니까 축구 잘 모르는 너희들 뭐라 하지 말고 그냥 잘 봐. 결국 너희들이 원하는 아시안 컵 우승컵 들어 올리고, 월드컵 8강 이상 더 올라가서 벤투보다 낫다는 것 보여줄께. 솔직히 벤투하고 나하고 비교가 되니? 엉?“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전반에 3골 정도 먼저 넣고, 주력 선수들을 순차적으로 빼고, 후보 선수들이 몇 골 더 넣어주면 체력도 문제 없고, 선수 기용과 선수단 운영에서, ‘역시 클린스만’ 소리를 들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었지요.


하지만, 축구 공은 둥글어서 예상과 달랐습니다. 잘못하면 질 뻔 했다가 마지막까지 격전을 벌이고, 이기는 듯 하다가 결국 비기는 3-3 난타전이 되어 버렸지요. 결국 초반 승기를 잡고 교체는 커녕, 더 피로하고 찝찝한 경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 참조해 주세요 ^^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725


주력 선수들이 체력을 많이 소진하고, 옐로 카드도 많이 받은 상태로 대표팀은 16강에서 사우디를 맞이합니다.


세상은 재미있게도,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와의 의외의 난타전 때문인지, 260억을 받는다는 만치니 감독 때문인지,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이긴 전적이 있어서 그런지, 사우디 전은 많은 관심을 받습니다. 역시 사람들은 뻔한 이야기보다 반전과 의외성이 있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더욱이, 여러 관전 포인트가 있으면 더 좋아하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퇴근하고 지하철에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데,

길에서 과일을 파시던 분이,


“이거 떨이로 그냥 가져가세요. 얼른 다 팔고 축구 보러 갈렵니다.”

라고 까지 하셨지요. 실제 가격은 완전 떨이로 그냥 가져가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그런 분까지 사우디와의 축구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이 그 말에 홀깃해서 모여든 걸 보면,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민이 되었지요.

평가전에서도 이미 이긴 사우디. 저 친구들의 수준이 그렇게 높아서 빅 게임이 될까?


오랜만입니다.

(경기도) 오산이었지요. (죄송 ㅎ)


사우디 전은 격전 끝에 먼저 골을 허용하고, 마지막에 그동안 부진했던 조규성이 동점골을 기록.

연장전 혈투를 지나, 승부차기 끝에 조현우의 선방으로 4-2로 겨우 이깁니다.


이게 이럴 경기인가 싶었지요.

두 경기 연속 그랬습니다.


축구를 실제로 뛰어 본 분들은 아십니다. 전후반 30분씩만 뛰어도, 저 같은 나약한 직장인은 다음 날 앓아 눕고, 일주일 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빌빌댑니다.


그런데, 전후반 45분에, 연장전에, 추가시간까지

마지막엔 피 말리는 승부차기까지 합니다.

선수들은 승부차기에 들어서며 생각했을 겁니다.


‘IC, 이거 지고 16강 탈락하면 X 되는데.

공항에서 개쪽 당하고, 인터넷에서 X 발리면 안 되는데.‘


운동하는 친구들이 인터뷰할 때 말을 가려서 하지, 평상시엔 욕을 달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있는 그대로 써봤습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731


다행히 이겼지만, 조별 예선 (특히, 말레이시아 전) 부터 누적된 피로가 16강 전에서 극에 달했을 것입니다. 보통 이렇게 승부차기까지 하고 나면 그 다음 경기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로 회복이 되지 않아 몸이 무겁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따로 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속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 사까지 같이 가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더욱이, 8강전은 전통의 강호 호주.

이제부터 본 게임이었던 것입니다.


호주 전은 더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조별 예선을 힘들게 치르고 올라와서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후에 붙어서 승리를 장담할만한 상대가 아니었지요.


결과는 아시는 것처럼, 한 골을 먼저 허용하고, 종료 직전 손흥민이 상대 반칙으로 얻은 PK를 황희찬이 성공시키며 연장전으로 갑니다. 여기까지는 사우디 전과 상당히 비슷한 전개.


호주와는 다행히 승부차기까지 가지는 않았지요. 조현우가 아무리 잘해도 운이 상당히 좌우하는 승부차기를 매번 이기기를 장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우리 킥커들이 실수하거나 막힐 상황도 배제할 수 없었지요. 멈출지 모르고 공격한 결과 이번엔 상대 문전 앞에서 프리킥을 얻어 내고, 이를 손흥민이 성공시킵니다.


프리킥을 차본 사람들은 압니다. 앞에 겹겹이 벽을 쌓고 있는 상대 선수들을 넘기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는 골키퍼를 무력화하며 골을 넣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엄청난 수준의 정확성과 함께 강한 슈팅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보통 둘 중 하나는 없지요.


Sony 덕분에 승부차기로 가지 않고, 이 경기는 사실상 손흥민이 막판에 다했다고 할 정도의 활약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대목에서 불안해지는 것이지요.

손흥민이 없다면? 부상으로 결장하거나 피로 등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황희찬도 대단한 선수로 울버햄튼에서 날아다니고 있지만, 손흥민 만큼의 실력과 영향력은 아니지요.


더욱이, 우리 대표팀은 한 경기만 연장을 소화해도 그 다음 경기에서 지기 쉬운데, 16강, 8강 연거푸 접전을 펼쳤습니다. 2002 월드컵에서도 16강에서 이탈리아와 붙어서 지고 있다 겨우 연장전으로 가서 경기를 뒤집었지요. 8강에선 스페인과 사투 끝에 승부차기로 이깁니다. 그렇게 체력을 소진한 후 당시 세계 최고 레벨의 독일을 4강에서 대결하며 졌지요.


이전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독일에게 이겼던 일을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 것입니다. 마지막에 손흥민이 멋진 골을 넣었던 2018 러시아 월드컵 때였지요. 연장전을 연거푸 두 번 치르지 않았다면 2002년에도 4강전에서 독일과의 경기도 어찌 될지 몰랐을 거라 봅니다. 아무리 독일에 발락이 있었다고 해도 말이죠.


하지만, 아시안 컵 4강 상대는 요르단.

그래도, 해볼만 하다 생각했습니다.

원래 우리가 더 우위이고 조별 예선에서 비기면서 전력 파악도 되었으니, 우리 약점을 보완하고 실수하지 않으면 실력이 더 앞서는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다시 한번 달랐고,

제가 잘 몰랐던 변수가 남아 있었습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734


결과적으로 4강에선 요르단에게 2-0으로 완패했습니다.

유효 슈팅 0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긴 채.


그런 경기에 실망하기도 했고, 안 좋은 이야기를 남기기 싫어,

예정에 없던 아시안 컵 이야기를 3개나 남긴 저도 요르단과의 4강전은 그냥 경기만 보고 말았습니다.


할 얘기도 거의 없고, 있다 하더라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지요.

물론, 결승전도 채널을 돌리다 보니 하고 있길래 봤습니다. 솔직히 별로 재미 없더군요.

 

그러고 나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론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거기다, 졸지에 하극상 탁구맨이 되어 버린 이강인과 친구들, 꼰대라는 어울리지 않는 욕을 먹고 있는 손흥민이 요르단과의 4강전 전날 단합해야 할 저녁식사 시간에 물리적 충돌까지 있었다는 소식이 들려 왔지요.


한마디로 개판이었던 것입니다.

스포츠는 원래 가십 성격이 있기도 하고, 우승했으면 그럴 수도 있지 했을 일들이, 우리보다 약한 상대에게 패배하자 비난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지요.


우리 대한민국 축구의 현재와 미래라는, 자랑스러운 두 선수의 갈등과,

그 갈등이 이전부터 계속 있어 왔고 벤투 감독이 모두들 이강인을 왜 기용하지 않느냐고 난리 칠 때,

"나도 귀가 있다."

고 말하면서도 기용하지 않고, 마지막에 겨우 대표팀에 발탁시킨 이유까지.


좋지 않은 이야기라 별로 적고 싶지 않지만, 이 상황이 축구협회장 책임론까지 올라갔습니다.

감독 선임을 규정에 따라 전력강화위원회의 추천을 받지 않은 것이 아니라, 독단적인 결정을 해서 이 모양 이 꼴을 만들었다는 이유인 것으로 보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할 경우 계약조건에 따라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등 100억에 달하는 위약금이 있을 것인데, 사퇴할 생각이 없다는 사람과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결론이 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서 함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글도 길어졌고 조금 내키지 않는군요.


그렇게 경기 전날 체력은 다 빠져 있는 상태에서,

이기려면 팀웍을 하나로 모으고, 상대의 약점을 분석하며 작전을 짜고,

우리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소통하며 전의를 다져야 할 때, 우리 대표팀은 싸움박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누구 책임인지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다음에 축구 협회의 브리핑 등 결과를 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하나의 팀을 이뤄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해보신 분은 아실 것입니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섭다는 것을.

싸워서 꼴도 보기 싫은 인간과 어떻게 팀을 이루어 협력하며 상대와 겨루고 승리라는 결과를 가져오겠습니까?

더군다나, 상대는 중동이라는 자기 동네에서, 우리를 철저히 분석하고 붙어본 경험까지 잘 반영해서 전술을 짜왔는데 말이지요.


결국 역대 최고 수준의 우리 선수들은, 우리가 그토록 우려했던 '잘난 녀석들끼리 모래알'이 되어 버렸습니다.

축구는 본질이 팀 경기라 한 명이 아무리 우수해도 상대 팀을 이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메시아라 불리는 월드컵 MVP와 발롱도르를 수차례 차지한 Messi도 혼자서 매번 11명을 제치고 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없습니다.


팀 동료들과 패스를 주고 받으며 전진해야 하고, 자신이 패스를 받아 골을 넣을 때도 있지만, 좋은 패스를 넣어줘서 동료가 골을 넣게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래야, 수비가 분산되어 결국 자신에게 기회가 더 많이 올 것이니까요. 또한, 우리 수비가 불안하면 아무리 메시가 골을 많이 넣어도, 더 골을 많이 먹으면 이길 수 없습니다.


이강인을 선발 출전시키지 말아 달라는 손흥민 등 고참 선수들의 건의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을 출전시켰습니다. 실력 있고 결정적일 때 골을 넣었던 그를 빼기 어려웠겠지요. 대신, 팀웍은 엉망이 되어 버렸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도와가며 골을 만들어야 하는데, 패스해 주기도 싫었겠지요. 실수를 하면 괜찮다고 일으켜 세워줬어야 했는데, 욕을 했을 겁니다.


결국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도, U 20 MVP, 아시안 게임 득점왕도 골은 커녕, 유효슈팅 하나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손흥민은 다음에 대한민국 대표로 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했지요.


감독님이 자신을 기용할지도 모르고 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 말에는 이강인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녀석을 써라. 난 빠지겠다. 그동안 국대 할 만큼 했고, 더 이상 고생하면서 왔다 갔다 안 하고 고액 연봉 받으면서 프리미어 리그에서나 열심히 해도 나는 문제 없다 라는 말도 내포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이렇게 개판인 대표팀에서 주장하면서 얘들 말도 안 듣고, 또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욕 먹는 것도 싫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구요. 이강인도 요르단 전 전날 싸울 때 내가 관두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일본은 8강 탈락 후에도 감독을 신임하며 아시안 컵이 다가 아니고 이번에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월드컵 예선부터 잘 치르고,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일구어 주라고 했습니다.


아쉽지만, 일본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우리 대표팀이 더 이상 모래알이 되어 싸우고 흩어지지 말았으면 합니다. 갈등이 있었다면 이렇게 표면화 되었을 때 잘 풀고 해결해서 좀 더 단단한 팀이 되었으면 하구요.


사람이 모여서 무언가를 하면 갈등이 있기 쉽습니다. 자신도 100 프로 맘에 안 드는데 모든 사람이 100 프로 맘에 들기는 불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외국 친구들도 conflict management가 communication management 만큼 중요하다는 말을 곧잘 합니다. 갈등 관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필요합니다.


감독도 지도력이나 팀 장악력 그리고 전략이 정말 없고 확실한 대안이 있다면 경질하고, 그렇지 않다면 믿고 맡기고 감독은 그 기대에 부응해서 지적을 겸허히 받아 들이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겠습니다. 어디 좀 그만 돌아다니고 선수들과 축구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전술도 제대로 만들고, K 리그도 보면서 잘하는 선수들도 발탁하고 리그 수준을 올릴 수 있도록 노력도 하고 말이지요.


위기는 기회라고 합니다.

누가 나쁜 놈이고 무슨 일이 있었고는, 사과와 화해 그리고 재발 방지로 조속히 잘 마무리하고,

앞으로를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더 이상 우리 선수들끼리 싸우고, (적전분열 nope)

정작 상대와의 경기에선 지고 고개 숙이고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네요.


대한민국 축구 파이팅!


싸워서 감은 손가락 붕대 때문에 골을 넣어도 찰칵 세레모니는 할 수 없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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