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 Feb 21. 2024

2024년 1월 13일 라이칭더 대만 총통 선출 이후


지난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졌지요.


결과는 집권 민진당의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가 (賴清德, William Lai Ching-Te) 당선되었습니다.

독립과 친미에 가까운 라이칭더 후보와 친중 성향의 중국국민당의 허우유이 (侯友宜, Hou Yu-ih)

양 후보의 경쟁은,

미중 패권 경쟁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지요.

우리나라 9시 뉴스 같은 저녁 메인 뉴스에서도 첫 번째 기사로 꼽힐 정도로, 대만 총통 선거 당일 뿐만 아니라, 선거 전후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최근 중국 어선들이 대만 해역에서 어업 행위를 하다 갈등과 마찰이 있었고, 이후 중국 해안경찰이 대만 유람선을 검문하는 일까지 발생했지요. 양안 갈등이 상시적인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이러한 사안들이 라이칭더의 시험대가 될거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렇듯 관심은 현재 진행형이지요.


왜 그런 관심을 끌었을까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4월 10일로 예정된 총선에 우리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데,

그만큼 혹은 그 이상 11월 5일에 예정된 미국 대선에도 우리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벌써부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높지요. IRA 폐지를 공언하고 있어서 진짜로 그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분석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요.

이미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배터리 공장들을 지었고, 앞으로도 미국에 사업을 추진하며, 미국 본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향권에 있거나 alliance가 있는 국가에서의 사업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2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작년부터 현실판 지옥을 만들고 있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을 보며, 전쟁이 실제로 발생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겠지요.


미국 정부나 학계 등의 주요 인사들이 전쟁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대만과 함께, 남중국해, 동중국해 그리고 우리 한반도를 꼽고 있기도 해서입니다.


미국 단핵에서, 미중 양핵 이후 다핵으로 국제사회 질서가 변화하는 시점에,

경제 전쟁, 화폐 전쟁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이지요.

앞으로 10년을 위험한 시기 (dangerous period) 라고 말씀 하시는 분도 있고, 올해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주적 언급과 같은 말들은 더 불안감을 느끼게 하며,

중국이 대만 총통 선거 전 군사 훈련을 펼치거나, 탐지 풍선을 보내는 등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처럼,

우리나라 총선 전에 국지전 같은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엿보여서,

이전과 같이,

“전쟁 가능성은 원래 있는 것이고”

라고 말하기에는 긴장도가 더 높아진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네이버에서 ‘한반도’로 검색을 해보면,

자동 완성 기능으로 첫 번째 나오는 단어가 ‘한반도 전쟁’입니다.

높아진 발생 가능성과 발생 시 참혹함을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가자지구에서 목도했으며,

위에서 말씀 드린 북한의 도발과 언사를 뉴스에서 들으며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대만 총통 선거가 미중 패권 경쟁의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면,

우리는 민족 상잔의 비극이라는 6 25에서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을 겪었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피란을 갔던 모습이 지금의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상황과 겹쳐지지요.

당시 미국의 원폭으로 무조건 항복을 선언한 일본으로부터 광복한 것도 잠시.

국내 이념과 주도권 경쟁 뿐만 아니라, 미국과 소련 & 중국 간 경쟁 때문에 약소국인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발발하는, 참혹한 상황을 겪었습니다.


경제 전쟁에서도 우리의 과학과 기술 그리고 문화와 인문학적 소양까지 접목하여 승리하는 것도,

Global 자본주의 시대에서 중요하지만,

전쟁의 포화를 피하기 위해, 어쩌면 중국과 미국의 틈 바구니 사이에서 우리는 주변을 살피고 관심을 더 갖게 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작년 11월 16일 미중 정상회담 때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지만, 소통하며 긴장을 다소 완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주춤하다 다시 서로에 대한 강한 언사를 하며 패권 경쟁은 현재 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해주고 있지요.

다만, 지난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미국 측에 중국 통일 (일국양제)를 지지한다 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해 달라는 요청을,

당시 미국이 거절했지만, 바이든은 대만 대선 이후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언을 하기도 했지요. 두 개의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의 속내가 읽히는 대목입니다. 지금은 중국과 강하게 부딪힐 때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미국은 당연히 대만이 중국에 흡수 통일되지 않고, TSMC가 중국의 손 안에 들어가지 않으며,

대만이 독립해서 지금처럼 Chip 4 뿐만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중국이 마음대로 태평양으로 나오기 어렵게 만들기를 미국은 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현재의 두 개의 전쟁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지원을 줄이고 손을 떼려는 모습에서 확인되다시피 미국의 동시 전쟁 수행 능력이,

재정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군사력 측면에서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 엿보이고 있지요.


말은 ‘우리는 전 세계에서 동시 작전 수행 능력이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라.’ 고 하지만,

예멘 후티 반군들조차 코웃음 치며 미국 상선 등을 공격해서 global 물류에 차질을 빚게 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응해서 미국이 조치를 취하긴 하지만, 이란의 본격 참전과 중동 전쟁의 확산을 경계하며 조심히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예전 이라크 침공과 아프가니스탄에서 초기 작전을 펼쳤던 때와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요.

되려 베트남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을 때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 다보스 포럼에도 참여해서, ‘러시아의 침공이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라고 외치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불안함이, 미국의 현 상황과 stance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푸틴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해서, 공화당의 노선을 등에 업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할 가능성도 있으니 더 그러겠지요.


다음 전쟁 위험이 가장 높은 대만에서도, 우크라이나 케이스를 남의 일로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 대한 대만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지요.

즉, 중국이 무력 침공과 같은 행동을 취했을 때, 미국이 정말 그것을 제대로 막아줄 것이냐

라는 것에 대해 의문이 있다는 것이지요.


최근 대만 중앙 연구원 (Academia Sinica) 산하 유럽 미국학 연구소 (IEAS)가 대만 성인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대만인이 34%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중국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대만인들보다는 4배 가까이 많았지만, 2021년 조사 때의 45% 대비 11% 이상 하락한 것이지요.


이것은 최근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미국이 보여주는 관심과 힘을 보아서도 있지만,

대만 역사적으로도, 1950년부터 대만에 주둔했던 미군이, 1979년 미 중 수교를 계기로 철수하기 시작했던 기억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우크라이나 지원 중지와 같이 대만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일까 더 우려되기도 할 것입니다.

Chip 4 동맹과 global SCM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을 잘 아는 트럼프가 대만을 버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자신의 머그샷을 담은 옷과 NFT를 판매하는 business man 답게 보호의 대가로 뭔가 다른 큰 것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시진핑은 "통일은 필연"이라고 푸틴의 소비에트 연방 부활 언급과 비슷한 강경한 어조의 말을 하고,

중국 외교부에선 "대만 선거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 이라며 엄연히 다른 나라 선거 결과에 대해 부정 선거 논란을 만들더니,

지금은 대만 인민들의 마음을 얻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전쟁 발발 시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 위기에 GDP의 10% 정도가 빠지는 등 큰 악영향이 있을 수 있어,

봉쇄를 실질적인 대안으로 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통일 이후의 상황도 염두에 둔 것이겠지요.


지금까지의 흐름.

어디서 많이 보고 들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단순히 미중 한 쪽에 의존하고 줄 서기가 아니라,

지혜로운 외교를 펼치고, 스스로 강해지며,

국제사회에서 파트너가 되고 싶은 국가와 기업이 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순욱과 가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