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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03. 2024

몸에 해로운 것은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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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조조에게서 푸대접 받고 온 장송을,

유비가 호의를 베풀고 연신 대부 대접을 해준 이야기를 말씀 드렸습니다.

 

핵심은 잘 해주기만 할 뿐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원하는 것이 있어도 바로 말하지 않으며,

결국 상대가 몸이 달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는 것.

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그렇게 내 편이 더 생기고, 원하는 것을 취할 명분이 생기며, 반은 먹고 들어간 상황을 만든 것이지요.

 

그렇다면 유주 자사 유장의 휘하에는 모두 장송처럼,

 

어려운 시절에,

무능한 주군을 못 믿고 서촉을 유비에게 넘길 생각만 한 사람들만 있었을까요?

 

사람은 많고, 생각은 다양합니다.

적벽대전 당시 천하 제패를 앞둔, 대병력의 조조를 앞에 두고,

손권의 부하들도 둘로 나뉘었습니다.

 

질 가능성이 높은데, 괜히 군사와 백성들 피 흘리고 영토가 훼손되지 않게 항복하자는 쪽과,

항복하면 신하들은 자리를 보전할지 몰라도 군주는 하나의 땅에 두 개의 태양이 없듯이 사라지게 될 거라며,

천혜의 장강이 있고, 수군 정예가 있으니 싸우자는 쪽으로 말이지요.

 

우리나라 역사를 보아도 마찬가지였지요.

 

대표적인 것이 남한산성에서 조선 인조가 청 태종이 친히 공격해 왔을 때,

 

오랑캐에게 어찌 굴복할 수 있느냐 명나라를 섬기며 끝까지 항전하자는 강경파와

후금이 오랑캐이긴 하나, 국제 정세가 변하여 명나라는 지고 있고, 청나라는 뜨는 태양과 같이 강성하니,

명이 우리를 도와줄 수도 없고 당장은 청의 요구를 들어주며 후일을 도모하자는 현실파가 대립했지요.

 

선명한 강경파의 논리에, 힘이 부족함에도 버티다 결국 삼전도의 굴욕을 겪었습니다.

유명한 후금의 예례인 삼배구고두례이지요.

 

반대로 요즘 방송을 타고 있는 고려거란전쟁에서는,

마찬가지 강경론과 현실파가 대립했지만, 객관적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요나라의 실리를 챙겨주며 전쟁의 참화를 피한 적이 있지요.

 

서희 장군은 지금도 국립외교원에서 전쟁을 피한 외교의 표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익주에서도,

영리한 새가 자신이 거할 마땅한 둥지를 찾는 것처럼, 자신을 알아봐 주는 진정한 주군을 섬겨야 한다며,

무능한 (어쩌면 착한) 유장을 버리고 유비에게 적극적으로 서촉을 차지하도록 도운 장송과 법정 같은 인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한번 모신 주군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늑대를 막으려 범을 집으로 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 황권과 왕루 같은 인물들도 있었지요.

 

유장이 부성으로 친히 유비를 맞으러 간다고 할 때, 황권은 이렇게 말하며 말립니다.

 

“아닙니다. 주공께서 그리로 가셨다가는 반드시 유비에게 해침을 당할 것입니다.

오랫동안 녹을 먹고서도 주공이 남의 간계에 빠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올리는 말씀이니

바라건대 주공께서는 세 번 생각하신 뒤에 움직이도록 하십시오.”

 

이 섬뜩한 소리에 유장이 멈칫했지만 장송이 이간질 하느냐는 말을 하자,

 

몸에 해로운 것은 입에 달다고,

유장은 벌컥 화를 내며 황권을 꾸짖습니다.

 

“내 뜻은 이미 정해진 지 오래거늘 너는 어찌 거스르려 하느냐!”

 

유장. 순한 줄만 알았는데 한 성깔 하는 상남자 였네요.

그래도 역시 명색이 군주입니다.

 

여러분이 황권이셨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정도 이야기하면 알아 들어야지. 계속 이야기 해봐야 소용 없겠구나. 내 살 길 찾자.’

이런 생각을 하기 쉽지 않을까요?

 

주군의 말이 법인 시대라, 한번 더 듣기 싫은 말을 했다가는 자칫 죽임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황권은 방바닥에 머리를 짓찧어 피를 흘려가며 유장을 말렸습니다.

 

그래도 유장이 듣지 않자 다가가 옷자락을 잡고 말라다가 나중에는 이빨로 물고 늘어졌습니다.

 

이 정도 하면 유장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법도 한데,

뜻을 정한 그는 성이 나서 옷자락을 떨치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 상황에서도 황권이 악문 입을 벌리지 않아 그의 앞니 둘이 쑥 빠졌습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는 충신의 간곡한 만류였지요.

 

후에 결국 유비와 대치하다 서촉을 뺏기게 되는 유장은,

당시엔 이러한 충신의 만류를, 자신의 뜻을 꺾어보려는 아집으로만 보았지요.

 

결국, 더 참지 못하고 무사들을 불러 황권을 밖으로 끌어내게 했습니다.

 

충신의 말을 듣고 올바른 판단을 하지 않은 주군.

유장과 그의 세력이 운이 다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치 조조에 앞서 천하에 가장 가까웠던 명문가의 원소가,

부하인 전풍과 저수 등의 조언을 듣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지요.

 

그들 또한,

“조조에 대한 원소의 경쟁심과 커진 세력이 주공의 눈을 가려 버렸다.

우리는 조조에게 패하고 땅을 잃고 말겠구나.”

라고 한탄하며 그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원소에게 계속 간하다가 감옥에 갇혔습니다.

 

여러분들의 조직은 어떠신가요?

 

무리한 사업을 오판하며 추진하는 분이 계시고,

그렇게 위험하고 좋지 않은 사업을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하면 안 된다

라는 말을 하는 구성원들을 보거나 들으신 적은 있으신지요?

 

모든 사업이 성공적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래는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휘황찬란한 청사진이 있는 사업이라도,

운영을 잘못해서 실패할 수도 있고,

처음부터 잘 될 사업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물론, 될 사업인데 너무 조심하다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반대로 있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으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냉정히 따져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의사결정권자가 그들의 말을 들을 줄 알아야, 대규모 적자와 같은 낭패를 최대한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간신의 달콤한 말에 빠져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고 고집만 피우고,

듣기에는 쓰지만 결과적으로 자신과 회사 (조직)을 위기에서 구하게 해 줄 간언을 듣지 않으면,

결과는 사실 정해져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사업을 잘 볼 수 있는 사람들과 의사결정권자가 서로 소통하며 문제 있는 사업들을 잘 걸러내고,

좋은 결정을 해서 사업도 성공하고 회사도 성장하는 그런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참고로, 오랜만에 이문열 삼국지를 읽고 일부 대사 등을 인용하여 제 생각을 가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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