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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10. 2024

프롤로그

소설 보이스 피싱 1


이 글은 보이스 피싱 관련 기사 등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해서 적은 100 프로 허구입니다. 보이스 피싱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가 작년만 2000억원 가까이 되고 계속 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하루 빨리 그런 피해액이 0이 되고 피해자 분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적어 봅니다.




“A 간호사님, 원장님이 방으로 잠깐 오시래요?”


“네? 네, 네.“


무슨 일 때문인지 묻진 않았다.

어차피 말씀하신 분도 부르기만 해 주고 모르실 수 있고, 어쩌면 알아도 얘기해주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시기에는.


똑똑


“네, 들어오세요.


여기 앉으세요. 요즘 어떠세요?“


원장님은 용건이 있으면서도 다급하게 보이는 게 싫었던 건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는 주겠다는 자상해 보이는 얼굴 아래로, 달달 떠는 다리. 껄끄러운 이야기를 빨리 끝내고 싶을 때 나오는 버릇.


하나마나한 이야기도 잠시, 좋지 않은 느낌대로 그 말을 꺼냈다.


“요즘 병원에 환자들도 별로 없구요. 임대료에 뭐에 병원에 들어갈 돈은 많고. 참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네요.”


결국 그만둬달라는 이야기.


병원 사정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누군가는 나가야 될 수 있다고 감은 잡고 있었다. 이 일을 몇 년 하며 몇 군데 병원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눈치도 생기는 것 같다.


“이번 달까지만 나오시면 되구요. 퇴직금은 조금 더 챙겨서 되도록 빨리 드릴께요.”


조금 얼마 더?

정확한 지급 시점은 언제?


왜 내가 나가야 하느냐 부터 따지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어차피 돈 받고 시키는 일 하려고 고용된 처지에, 병원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이 내 눈에도 보이는데 길게 이야기해 봐야 의미가 없었다. 퇴직금 계산이야 빤하고, 얼마 더 주는지는 원장 마음인데 괜히 불편한 말 더해서 속을 긁어서 원래 주려고 했던 돈보다도 더 못 받을 수 있기도 해서였다. 월급쟁이, 근로자의 처지는 이래서 채용부터 퇴사까지 눈치다.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왔다.

그래도 몇 년 다녀서 그런지 정이 들었다.

사람들도 그렇게 나쁘지 않고, 빌런이라 할만한 사람도 이전 병원에서 만났던 사람에 비하면 천사

까지는 아니더라도 참을만 했다.


‘이래서 고생을 해봐야 한다고 하나.

못된 인간을 만나보니, 조금 덜한 인간을 만나니 그러려니 싶네.


이제 어쩌지. 이 불경기에 다른 병원에 자리가 있을까? 하아~ 모르겠다. 일단 좀 쉬자. 그동안 고생했어.‘


스스로를 위로하고 시원섭섭한 마음을 접고 집으로 돌아오는 걸음. 낮 시간에 병원 문을 나설 땐 해방감이 먼저 들었는데, 집에 가까울수록 낮 시간에 할 일이 없는 백수 신세가 실감이 나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얼마 안 되는 월급. 이래저래 살 것 사고 먹고 쓰다 보니 모아둔 돈도 얼마 되지 않았다. 퇴직한 지 3주 정도 되어서 들어온 퇴직금은 실망스러웠다. 다시 가서 좀 더 챙겨준다는 게 왜 이 모양이냐고 따지고 싶을 정도로.


그럴 용기도 없고, 따져서 더 많은 돈을 받을 방법도 모르니 방법은 하나 밖에 없었다.


컴퓨터를 켜고 이력서 파일을 찾아서 업데이트 했다. 그래봐야 이번 병원에서 일한 기간 한 줄이 다였지만. 그리고 병원이나 관련 의료업체 채용 공고를 찾아봤다.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채용한다는 곳은 집과도 너무 멀었다. 이전 병원도 가깝지는 않았지만, 더 멀어지면 안 그래도 짧은 아침 시간에 더 부담이다. 그래도, 그냥 덮지는 못하고 먼 곳이라도 일단 한 군데 원서 접수를 하고, 이력서를 업로드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도 올려두었다.


‘세상 좋아졌네. 참 편리해졌어. 컴퓨터에서 몇 번 검색만 하면 채용 공고 다 확인할 수 있고, 원서 접수도 온라인으로 탁. 구직자 카테코리에 이력서를 올려 놓으면 사람 필요한 곳에서 이력서 확인하고 제안도 쉽게 할 수 있고 말이야.


근데, 세상은 자꾸 이렇게 팍팍해져 가는 걸까? 세상은 점점 더 좋아진다고 하고, 정치하는 사람들이고 뭐고 다들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난리인데. 나도 그렇고 다들 한숨만 늘어가. 하아.‘


그렇게 편의점에서 파는 매운 닭발 야식에, 소주 한잔하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낮에 밥 먹고 TV나 유튜브 등을 보다 보면 살살 졸려서 낮잠도 자고 그러다 보니 밤에 잠이 안 온다. 통장 잔고를 보면 아껴야겠다는 생각만 들고 불안하기만 하고.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괜찮은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요란한 휴대폰 벨소리에 잠이 깼다.


돈이 없어 친구도 잘 만나지 못하다 보니 이런 걸로 스스로 위로 받으려 하고 있다는 게 웃겼다. 처음엔 듣기 좋았는데, 자꾸 들으니 이것도 왠지 희망고문 같아서 바꿔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A 선생님 전화지요?

B 메디컬인데요. C에 올리신 이력서 보고 전화 드렸어요.“


잠결게 받은 전화였지만, 잠이 확 깼다.

보통 술 기운에 정신 못 차리는데, 채용 문의 전화를 받으니 이상할 정도로 정신이 말짱해졌다.


돈의 힘일까?


“네, 네. 안녕하세요.“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대문 사진 : love 1008의 작품

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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