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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플래너 Aug 26. 2022

내 인생을 바꾸는 황금열쇠

점(占)

우리는 힘들 때 무당을 찾아 점(占)을 보러 간다. 현재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미래에 대해 불확실한 두려움이 엄습하여 무당에게 도움을 받으면 잘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당한테 찾아갈 시간이 있으면 책을 한 페이지라도 더 읽고 자기 계발을 더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무당에게 점사비 낼 돈으로 차라리 고기를 사서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만나서 맛있는 식사를 해라. 가장 좋은 것은 주변에 잘 나가는 사람에게 가서 그 돈으로 멋진 식사를 대접하고 조언을 듣는 것이다. 어렵고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겨내려면 나에게 지혜와 용기,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찾아가라. 가족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선배가 되었든, 그게 인생에 있어서 점을 보러 가는 것보다 백 배 낫다. 




우리나라에 무당이 몇 명인 줄 아는가? 내 동생 친구가 방송국 PD로 일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에 무당이라고 떠들어대는 무속인이 100만 명이란다. 그중에서 진짜 무당, 소위 말하는 신내림을 받아 신점으로 보는 무당은 10만 명 정도 되는 걸로 추산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대나무 세워두고 절 표시 깃발을 꽂아 무당집이라는 곳이 전국에 셀 수도 없이 많다는 거다. 사업이 망하거나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을 하였거나 직장에서 갑작스레 나오게 되면 답답한 마음에 무당한테 점 보러 간다. 왜? 머지않아 대운이 들어 취직이 될 거고, 사업이 대박 날 거고, 헤어졌던 연인이 돌아온다던지 아니면 좋은 인연을 다시 만난다던지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듣고 싶은 마음에 무당집에 점으로 보러 가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기대했던 말이 아니고 안 좋은 말을 듣는다면 그냥 주저앉아 무당이 이야기한 그날이 올 때까지 기다릴 건가? 반대로 3개월 안에 좋은 소식 있을 거라는 이야기에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릴 건가? 




나도 한때 운영하던 사업이 안되어 답답한 마음에 점집에 방문해 본 적이 있다. 블로그, 유튜브 등을 싹 다 뒤지고 조사해서 마치 인생을 바꿔줄 것 같은 영험하다는 무당집에 방문해 보았다. 없는 돈에 억지로 빌려서 점사비 10만 원을 입금하고 무당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상님이 울면서 길을 막고 있단다. 조상님을 달래고 사업 번창을 위해 굿을 하면 가장 빨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되지도 않는 말을 지껄이고, 굿 값이 없으면 부적이라도 하란다. 그래도 조상이 돌보니 내년에는 조금씩 풀리고 집안에서 가장 많은 재물을 소유하게 될 거라고 희망의 메시지도 이야기도 한다. 전부다 상술이고 구라고 사기다. 무당집에는 얼씬도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차라리 용기를 주는 영화나 좋은 곳에 여행을 가는 편이 낫다. 그동안 KBS, MBC 등의 공영 방송에서 수많은 실험과 테스트를 하여 무당들이 실태가 다 거짓이라는 게 들통이 났는데도 아직도 무당에게 속아서 집까지 날리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면 정말 한심할 따름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사업에 망하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연인과 헤어지는 일이 20년, 21년 급속하게 늘어났다. 유튜브에 갑자기 점집 소개 방송이 늘어나면서 마치 인생을 바꿔줄 것처럼 자작극으로 사기극을 펼쳐 어려운 상황에 놓인 수 만 명 이상에게 돈을 갈취했다. 명백하게 사기극이라고 밝혀졌는데도 아직도 추종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제정신인가 묻고 싶다.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하여 돈을 챙기는 무당 새끼들과 그 일당들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찾아가는 사람들은 정말 구제 불능이다. 나와 아주 친한 학교 후배가 있는데 후배는 나이가 49살 후배 와이프는 44살이던 몇 년 전에 늦깎이 결혼을 했다. 결혼하고 3년이 지나도 아기가 생기지 않아서 후배 녀석이 와이프 몰래 점을 보러 갔다. 자기 팔자에 자식이 있나 없나 궁금하기도 하고 신년 운세도 볼 겸 무당을 찾아갔는데 아이가 보인단다. 무당 말로는 아들이 한 명 보이니까 내년이나 후년에 아이가 생길 거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받았다. 그래서 3년이 지난 지금 그 후배가 무당이 예언한 데로 원하는 자식을 얻고 살고 있을까? 몇 달 전에 만났는데 시험관 시술 몇 번 시도했다가 지금은 완전히 포기하고 그냥 강아지나 키워볼까 생각 중이란다. 


원래 무당이란 신내림을 받아 굿을 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전통 토속신앙으로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조선시대 기록에도 계속되는 가뭄에 무당들을 동원하여 기우제를 지냈다고 되어있다. 굿을 한다고 비가 오지는 않겠지만 어려운 백성들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럼 찐이라고 불리는 진짜 무당은 없는 건가? 믿기지 않겠지만 내 나이 8살 때의 일이다. 내 밑으로 2살 터울의 남동생 2명이 있는데, 1976년 여름날에 서울 마포구 성산동 집 근처 놀이터에서 동생들과 놀다가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를 먹고 나니 막내 동생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막내 나이가 4살 때였다. 놀이터로 다시 가서 찾아보았지만 보이지가 않았다. 집에 먼저 들어갔는가 보다 하고 집으로 갔는데 엄마만 있었다. 엄마가 막내 어딨냐고 물었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동생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고 꾸중을 하시면서 바로 밖으로 찾으러 나갔다. 




그때 시간이 아마 해질 무렵이었을 거라고 기억된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1시간을 찾았는데 보이지 않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퇴근하여 돌아오자마자 플래시를 들고 엄마와 찾으러 나갔다. 부모님뿐만이 아니고 그 당시 성북구 석관동에 살고 있던 이모와 외사촌 형, 누나들까지 총동원되어 동네를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지만 결국 막내 동생을 찾지 못하고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오신 부모님은 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1970년대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는 어린아이를 잊어버리면 찾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였다. 파출소나 경찰서에서도 길을 잃어버린 아이를 발견하면 하룻밤만 재우고 다음날은 고아원으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어머니한테 아침 일찍 강원도 원주에 살고 있는 큰 이모에게 전화가 왔는데 점쟁이한테 가서 한 번 물어보라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희망으로 집 근처에 있는 점집을 이모와 방문하였고, 그 무당 할머니는 어디 파출소에 있으니 지금 바로 가보라고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었다. 택시를 타고 무당이 말한 파출소에 도착하여 들어가 보니 파출소 안쪽 소파에서 막내가 경찰 아저씨가 시켜준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고 한다. 그 파출소가 막내 동생 잃어버린 장소에서 무려 8km 떨어진 곳인데 버스로는 무려 5 정거장이나 떨어진 곳이었다. 막내 동생이 길을 잃어 혼자서 계속 걸어가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아줌마가 파출소에 데려다주었다고 했다. 어머니와 이모가 2시간만 늦게 도착했더라면 막내 동생은 영영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날 막내 동생이 집으로 무사히 돌아와서 부모님과 저녁에 맛있는 고기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통방통하다. 과학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된다. 무당이 어떻게 막내 동생이 있는 곳을 정확히 알려줄 수 있단 말인가? 나중에 어머니한테 들어보니 엽전을 던져서 점을 보는 무당 할머니였다고 했다. 그 시절 무당들은 진짜 무당으로 신을 받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나 4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현재에는 그런 무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니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막내 동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과 간절한 마음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안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절대 점(占)에 대한 미련과 유혹에 빠지지 말고 현재의 상황에 조언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소중한 시간을 함께해라.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어떤 어려운 상황도 내가 포기하지 않는 이상 끝난 게 아니고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무당이 아닌 자신을 믿어라. 무당이 아니라 무당 할아버지가 와도 인생을 바꾸는 황금 열쇠는 찾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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