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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플래너 Aug 26. 2022

내 인생을 바꾸는 황금열쇠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바둑의 격언 중에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라는 말이 있다. 내가 먼저 살고 나서 상대의 돌을 잡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죽는 것도 모르고 무모하게 상대의 돌을 잡으려고 공격하다가는 오히려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했을 경우 내가 먼저 살고 나서 남을 도와야 한다. 내가 살기도 전에 남을 도울 경우 같이 진흙탕 속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에 약하다. 특히나 어렸을 때 가난한 생활고에 시달리며 생사고락을 같이한 형제자매에게는 더없이 무한한 정을 베푼다. 모든 형제들이 다 잘되어 경제적으로 안정적이라면 모를까 형제 중에서 한 명이 잘되거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려는 순간이 오면 이미 눈치를 채고 손을 내민다. '이번에 이러이러한 장사나 사업 아이템이 있는데 좀 보태주면 좋겠다.', '결혼하려면 전세 보증금이 필요한데 부족한 부분을 빌려주세요.', '지금 급히 막아야 할 급전이 필요하니 좀 부탁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꼭 갚을 테니 돈 좀 융통해주세요.'등 돈을 어느 정도 모으니 귀신같이 알고 여기저기서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내가 하는 일이 잘되어 목돈이 들어오는 날은 어떻게 알았는지 어김없이 형제들에게 연락이 온다. 




이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절대 요구하는 부탁 전부를 들어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형제들을 도와주지 말고 불화를 만들라는 말이 아니다. 내가 사는 집을 제외하고 현찰로 20억 이상의 자산이 있기 전까지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수천억의 부를 이룬 김승호 회장은 '돈의 속성'이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자산이 100억이 될 때까지는 형제들에게 사업 자금을 대주지 마라고 조언한다. 사업이나 장사 또는 기타 현금흐름을 만들어 투자를 해서 20억이 모이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면 20억에서 100억이 되는 데는 5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도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내가 인테리어 사업으로 한 창 잘 나갈 때 월급쟁이 생활 10년을 하면서 꿈에서도 만져보지 못한 거금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 마곡 지구의 아파트가 미분양되어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었고, 마곡 지구가 제2의 목동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어 분양을 받으려고 준비 중이었다. 결혼 후 월세와 전세방을 전전하던 나에게도 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꿈이 이루어지는가 보다 생각했다. 




행복한 상상을 하고 있던 와중에 내 바로 밑에 친동생이 프리미엄 김밥집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고봉민 김밥'이라는 부산에서 대박 난 김밥집 프랜차이즈를 사례로 들면서 만약 서울에서 대박이 나면 2년 안에 200개 정도의 가맹점을 오픈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 번 생각해 본다고 동생한테 이야기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마곡 지구의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마음이 더 강했다. 그날 저녁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동생이 나이 40이 넘도록 장가도 못 가고 있는 것이 마땅한 일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 번 기회에 가게를 차려주어서 장사가 잘되어 장가라도 간다면 소원이 없다고 하셨다.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과 그동안 고생했던 동생을 위해서 결정했다. 마곡지구 아파트 분양받을 돈으로 역세권에 1층 25평 규모의 매장을 차려 준 것이다. 물론 동생이 프랜차이즈 업계에 오래 근무하여 노하우도 있었고, 확실한 김밥 레시피도 이미 테스트가 끝난 상태였다. 만약 프랜차이즈가 성공이라도 한다면 1년 안에 가게 투자금은 물론 다른 곳에 아파트도 살 수 있겠다는 욕심도 있었다. 막상 가게를 오픈하고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했던 대로 가맹점 모집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 동네에서 김밥 맛집으로 소문나고 한 달 수익은 예상치를 넘어섰으며 특히 동생의 얼굴에 활기가 넘쳐서 좋았다. 나도 틈나는 대로 가게에서 서빙을 하여 바쁜 시간에는 도움도 주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소원대로 동생은 장가를 가게 되었다. 




그때 동생 가게를 차려주지 않고 마곡지구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면 22년 현재 분양 당시 가격의 4배 이상 올라 15억 이상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생에게 가게를 차려준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했을 것이다. 다만 나부터 안정적인 생활을 정착시키고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하여 어느 정도 여유 자금이 충분할 때 가게를 차려주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남아있다. 내가 먼저 확실하게 살고 나서 형제들과 다 같이 잘살자. 가족 모두 부자가 되어 어릴 때 꿈꾸던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맛있는 것도 원 없이 먹고 자식들에게 최고의 교육 환경을 제공하자. 그런데 여기에 예외 사항이 있다. 부모님과 형제 가족들의 건강에 관해서는 예외이다. 부모님이 생활비와 병원비가 필요하다면 내가 입고 먹는 것을 아끼더라도 제공해야 하며, 형제들의 긴급을 요하는 병원비 또한 능력이 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제공해야 한다. 돈 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화목과 형제들의 우래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잠시 동안 참으라는 것이다. 유명한 인생 지침서이자 가르침을 주는 책 'SAY NO'의 저자는 통장에 현금 20억을 모을 때까지 자신의 와이프도 모르게 모았다고 한다. 남을 도울 수 있으려면 먼저 자신부터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잊지 말고 나부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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