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건축플래너 Aug 26. 2022

내 인생을 바꾸는 황금열쇠

청렴(淸廉)

직장생활을 하든 사업을 하든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면 그 생명력이 오래가지 못한다. 정당하게 얻은 대가가 아닌 경우 언젠가는 들통이 나고 실패와 실수로 입은 상처보다 깊고 돌이킬 수 없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취한 이득은 저축은커녕 쉽게 들어온 만큼 쉽게 나가고 더 큰 손해로 자신에게 돌아온다. 내가 직장 생활을 했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건축업계는 부정부패가 많았다.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몰지각한 현장 소장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다. 뒷 돈을 받고 외주 공사를 특정업체에게 밀어주는 것을 비롯하여 협력 업체와 결탁하여 공사비를 부풀려 부당한 재물을 취한 경우도 있었으며, 공사 진행 중에는 수시로 협력업체를 불러 골프와 술 접대를 받고 명절 떡값 명목으로 자신의 배를 채웠다. 자신의 사리사욕만 채운 저팔계 동탁 같은 현장 소장들은 하나같이 불명예스럽게 회사에서 쫓겨났다. 사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고객들에게 과다한 이윤으로 폭리를 취하거나 자신이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과장하고 허위로 부풀려서 부정한 이득을 취하는 경우 그 사업은 오래가지도 못할뿐더러 마지막 종착역은 쇠창살이 있는 큰집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순간적인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직장에서든 사업에서든 청렴하게 정당한 이윤을 취해야 한다. 




직장 생활에서 스탠더드 인생을 살아온 사람 중에 가장 본받을 만한 사람을 내 주변에서 찾는다면 그 사람은 바로 삼촌이다. 아버지에게 들은 바로는 삼촌이 대한투자신탁 대리 직급으로 총무팀 구매부의 요직을 맡고 있을 때 업체에서 물품을 납품받기 위해 로비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로비가 전혀 먹히지 않자 남가좌동에 있는 집으로 찾아가 삼촌의 어머니(나에게는 할머니다.)한테 돈 봉투를 주었다는 것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이 사실을 안 삼촌은 그걸 왜 받았냐고 불같이 성질을 내고 그다음 날로 바로 되돌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신입 사원 때 여의도에 있는 본사 건축부에서 근무할 때였다. 나는 국회 의사당 앞 서여의도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을 하였고, 삼촌은 동여의도에 있는 대한투자신탁(현 하나대투증권)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증조할아버지 제사가 있던 날 삼촌과 나는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큰집으로 가야 했는데 퇴근 후에 삼촌이 근무하는 동여의도 대한투자신탁 본사 건물에서 삼촌 차로 같이 큰집에 가기로 약속을 하였다. 그래서 다른 날보다 조금 일찍 퇴근 후 동여의도에 있는 삼촌 회사로 갔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경비아저씨가 출입을 막으며 "누구 만나러 왔습니까?"라고 물어서 OOO 부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관계가 어떻게 되나고 하여 나는 OOO 부장님의 조카라고 이야기했더니 경비 아저씨가 부드러운 인사말과 함께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면서 인터폰으로 안내 데스크를 통하여 삼촌 부서에 메시지를 전달하고는 내가 서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더니 OOO 부장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고 했다. 나는 "네?"하고 어떤 것이 대단하냐고 물었는데 경비아저씨에게 삼촌에 대한 성실함과 검소함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을 수 있었다. 




그때 삼촌이 몰고 다니던 자가용이 엑셀 1988년 TRX 모델이었는데 97년도였으니까 자가용의 나이가 8살이었다. 사람 나이로 치면 80살쯤 되었던 것이다. 8년 전 대리 직급 때 첫 자가용으로 구입한 엑셀을 부장 직급으로 승진하여 지금으로 치면 억대 연봉을 받는 엘리트 삼촌이 엔진 룸에서 그륵그륵 소리가 나는 낡고 구형인 엑셀을 아직도 몰고 다닌 것이다. 차량의 기어 방식도 오토가 아닌 스틱이었다. 만약 당신이라면 대기업 부장 직급으로 소형차로 출퇴근하며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겠는가? 경비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삼촌 회사의 대리급들이 주로 타고 다니는 차가 소나타 2 였으며, 삼촌을 대리 때부터 쭉 지켜보았는데 지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고, 경비들에게 항상 예의 바르게 대해주셨으며, 청렴한 선비 같은 성품을 지녔다고 하였다. 타의 모범이며 존경받아야 할 분이라는 말까지 덧붙이셨다. 예전의 직장 문화에서는 자신의 상사보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경비아저씨 말에 따르면 삼촌이 차를 바꾸기를 몇 년을 기다리다 지쳐 타고 다니는 차를 바꾼다고 부장인 삼촌한테 이야기한 직원들이 한 두 명이 아니라고 했다. 속으로 킥킥거리며 웃음이 나오는 순간 쥐색의 털털거리는 낡은 엑셀이 지하주차장 램프를 통과하여 1층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삼촌이었다. 히타가 늦게 나온다고 조금만 기다리라는 삼촌의 설명을 들으며 추위에 떨면서 대치동의 큰 집으로 향했다. 




그 후 3년 뒤에 삼촌은 소나타 2 골드로 차를 바꿨는데, 왜 바꿨냐면 큰 딸이 고등학교 졸업식에 창피하다며 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회장의 두터운 신임과 사랑을 받아 신한투자신탁 상무로 스카우트되어 이직할 때 삼촌의 사직서를 반려했다고 한다. 신한투자신탁 상무에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월급쟁이의 최고 자리인 바른손 팬시 사장을 마지막으로 직장에서 은퇴하였는데 나는 삼촌이 월급쟁이로 가장 높은 지위까지 올라간 전형적인 스탠더드 인생 성공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성공한 데는 탁월한 업무 능력도 갖추었지만 성실함과 청렴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아무리 업무적인 능력이 뛰어나도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했다면 직장생활에 있어서의 생명력은 극히 짧았을 것이다. 사업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직장생활을 하든 사업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든 생각하지 못한 이윤이 생길 수 있다. 직장생활에서는 빠른 승진이나 특별 보너스 같은 것이 되겠고, 사업에 있어서는 계약된 또는 명시된 이윤 이외에 고객에게 특별 사례금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정당하게 받아라. 내가 제공한 업무 능력과 제품이나 서비스가 고객 또는 오너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었고, 지불하는 대가보다 더한 가치를 느꼈기 때문에 특별 보너스를 주는 것이다. 더 큰 이득을 취하기 전에 고객에게 받은 대가보다 어떻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청렴한 정신으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면 인생의 달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성공의 첫 번째 깨끗한 마음가짐 청렴(淸廉)을 가슴에 새기자. 

이전 19화 내 인생을 바꾸는 황금열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