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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축플래너 Aug 26. 2022

내 인생을 바꾸는 황금열쇠

귀인(貴人)

지금까지 살면서 자신의 인생에 귀인을 만난 적이 있는가? 나는 7년 전에 귀인을 만났으며, 현재는 고객과의 관계를 뛰어넘어 가족처럼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귀인이라는 뜻을 국어사전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높고 귀한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귀인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나에게 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바로 귀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귀인을 만났을 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평생의 인연이 될 수도 있고, 단 한 번의 인연으로 끝날 수도 있다. 




내가 귀인을 만난 이야기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가 아마 7월 초쯤 되었을 것이다. 인테리어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며 홈씨씨 정식 협력업체로 활동하고 있을 때이다. 월요일 오후에 홈씨씨 담당자 소개로 연락을 드린다며 인사성이 밝은 남성 고객에게 연락이 왔다. 규모가 작은 4층짜리 빌딩 리모델링 공사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하다며 내일 현장 실측을 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다음 날 오전 10시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고, 빌딩 리모델링 현장에서 만나 실측을 하고 공사 범위와 개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지하 1층 ~ 지상 4층 빌딩 전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는 조건 중에 공사 시작은 8월 1일에 할 수 있으며, 용도 변경을 포함하여 공사 완료를 10월 17일까지 끝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10월 19일에 매장 영업을 하는 것으로 날짜가 확정되어 반드시 그날 가게 오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사의 범위와 개요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20년 된 철근 콘크리트 R.C조 상가 건물의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뼈대만 남기고 전체 리모델링 공사를 해야 하며, 용도 변경으로 부족한 주차 대수를 확보하고 건축사를 통하여 구청에 용도 변경 허가까지 받아야 하는 제법 까다로운 인테리어 공사였다. 한 개 층의 면적은 약 60평 정도이며, 지하 1층은 노래방, 지상 1층은 커피숍, 지상 2층은 라이브 바, 지상 3층은 룸, 지상 4층은 테라스가 있는 개인 사무실로 철거부터 공사 완료까지 주어진 공사기간은 단 77일. 그런데 추석 명절 연휴가 9월 달에 있어 연휴 기간을 제외하면 실제 공사할 수 있는 기간은 70일이었다. 그러니까 두 달 하고 10일 만에 완전히 끝내야 하는 조건이었던 것이다. 두 달 10일 만에 지하 1층 ~ 지상 4층 연면적 300평 규모의 빌딩 전체 리모델링 공사를 용도 변경을 포함하여 완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인테리어나 건축 공사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거나 직업을 가졌던 분들은 알 것이다. 그것도 외벽에 마감되어 있던 화강석 판재를 철거하고 새로 인조 라임스톤을 시공 위해 건물 외부에 비계를 설치해야 하며, 계단실을 포함하여 내부 벽체는 클래식 웨인스 코팅 도장 마감을 해야 하고, 바닥을 전체 엔지니어 스톤으로 마감해야 하는 것을 안다면 공사비를 떠나서 웬만한 인테리어 업체는 공사기간을 맞출 수 없다고 했을 것이다. 




현장 실측과 협의를 마치고 디자인 실장과 사무실로 돌아와 서둘러서 도면 작업부터 진행했다. 도면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리모델링 공사 예정 공정표를 작성해 보았다. 건설 회사 근무 당시 신축 현장에서 돌관공사의 경험이 많은 터라 고객이 요청한 공사기간 안에 공사를 완료할 자신은 있었지만 상세한 공정표를 작성하여 확실하게 공사 기간을 확인하고 싶었다. 철거 공사는 외부 석공사 시공을 위한 자재 발주를 위해 외벽부터 진행하고, 내부 철거는 지상 4층부터 지하층의 순서로 진행하여 철거를 진행하는 동안 먼저 철거가 완료된 층의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 공정표를 작성해보니 내부 바닥 마감의 석재만 선 발주하여 현장에 준비시킨다면 주어진 공사기간 안에 완료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단, 공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공사기간에 여유가 없어 자재 부족이나 인력 수급에 한치의 오차라도 발생할 경우 주어진 기간 안에 공사를 완료하는 것이 어려웠다. 현장 실측 후 일주일 뒤에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작성한 인테리어 도면을 가지고 현장에서 2차 미팅을 진행하였고, 평면 레이아웃을 일부 수정을 하였으며 도면 확인 차 7월 26일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로 고객분이 방문하였다. 사무실에서 수정된 도면과 공사 견적서를 확인하고는 마음에 든다고 하여 그 자리에서 계약을 진행하였고, 다음날 계약금이 입금 되어 예정대로 8월 1일부터 철거 작업을 시작하여 불철주야 현장에서 지정된 공사 기간 안에 완료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정확하게 10월 19일 가게를 오픈하였다. 그렇게 나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켰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고객분은 중국과 IT 및 휴대폰 패널 무역을 하고 있는 수백억의 자산가였다. 그리고 고객분은 나를 만나기 전 빌딩 리모델링 공사를 의뢰하기 위해 강남에 있는 큰 인테리어 회사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강남 소재의 인테리어 회사 직원은 공사 상담으로 미팅을 요구한 고객분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고객분을 대기의자에서 30분 이상 기다리게 하였다는 것이다. 30분이 지나도록 한마디 말도 없고 직원들 중 그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아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사무실을 나오게 되었고, KCC에서 운영하는 인천 홈씨씨 매장을 방문하여 나에게까지 연락을 하게 된 것이다. 지금껏 내가 신축 공사를 포함하여 인테리어, 리모델링 공사를 수십 건 진행하였지만 공사비 걱정 안 하고 고객이 원하고 꾸미고 싶은 모든 것을 제안하고 반영하여 공사를 진행한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공사 계약금은 물론이고 중도금 및 잔금까지 달라는 소리를 하지 않아도 고객분이 지급해야 하는 날 하루 전에 미리 입금해 주었다. 물론 처음에 견적서에 제시한 공사비도 10원짜리 하나 깎지 않았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고객분의 요청으로 발생한 추가 공사비를 포함하여 잔금을 주시면서 그동안 고생했다고 2천만 원을 인센티브로 주셨다. 소형차 한 대를 보너스로 받은 것이다.




가게 오픈 하루 전날 그동안 리모델링 공사에 참여한 협력업체 반장들과 우리 회사 직원들 모두를 초청하여 저녁 만찬도 베풀어 주셨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사를 잘해주었다는 내용의 감사패를 받았다. 그렇게 고객분과 나는 서로 인생의 귀인이 되었다. 내가 한 행동은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이다. 휴무도 반납하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현장에 오전 6시 30분 전에 도착해서 하나부터 열 가지 직접 자재를 챙겼으며 작업을 지휘했다. 중국에서 들어와야 하는 건축 마감 자재들은 시공 LOSS를 감안하여 손해를 감수하고서 충분한 물량을 발주했다. 매일 작업이 끝나고 직원과 현장에서 명일 작업 사항과 공정표를 체크하며 현장을 관리했다. 그리고 마감 공사 진행 시에는 고객과의 충분한 소통과 공감으로 고객이 원하는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마도 강남의 인테리어 회사는 작은 빌딩 리모델링 공사를 한다고 하여 무시했던 것일 수도 있고, 고객분과의 인연이 아닌 것일 수도 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라는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이라는 시가 문득 생각이 난다. 결국 인생의 귀인을 만나는 것은 자신이 어떻게 인연을 만들어 가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옷깃만 스쳐도 소중한 인연을 살려내는 현명한 사람이 되자. 귀인이 많을수록 인생을 바꾸는 황금 열쇠를 찾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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