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 7. 골조 공사 끝
"언 놈이 똥 쌌어?"
12월 7일에 수평 규준틀 작업을 시작한 철근 콘크리트 공사는 2월 4일 골조 팀이 철수하면서 끝이 났다. 약 2개월간 제주도의 폭설과 한파, 강풍, 그리고 겨울비와 맞서며 골조 공사를 완료한 것이다. 강풍에 휘날리는 눈을 맞고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강추위를 경험하고 폭설로 도로가 끊겨 고립이라는 외로움도 겪었다. 겨울비는 언제 그치냐는 듯이 4일 간 내린 적도 있었다. 작업일보를 확인하니 2개월 중에 15일이라는 시간이 악천후로 공사가 중단되었다. 독립적인 2개 동의 건물에 삼각형 모양의 박공지붕으로 가장 높은 곳이 지면에서 5m가 넘고 수공간을 위한 골조까지 별도로 있어서 작업의 난이도와 작업량을 감안하면 두 달 이상이 걸려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런데 한 달 하고 보름 만에 골조 공사를 완료한 것이다. 1층 골조 콘크리트 타설을 진행할 때면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는 것을 감안해서 모든 개구부를 비닐로 막고 내부에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고체 연료도 사용하였다. 박공지붕은 경사도가 18~25도 정도로 시공되었는데 콘크리트 타설 때 미장공을 투입하여 최대한 지붕 슬라브 면을 반듯하게 잡았다. 왜냐하면 지붕 마감공사인 징크 작업 시 시공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서다. 지붕의 선은 각도를 비롯하여 수평과 수직이 정확하게 떨어져야 지붕의 중심선에서 양쪽 내민 길이가 일정해야 제대로 된 시공을 할 수 있다. 지붕 바탕면이 울퉁불통하고 각도가 맞지 않는 경우 징크 하지 틀 설치 작업도 어렵지만 지붕이 만나는 모서리가 정확하게 직각으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 시각적으로도 보기에 좋지 않다. 따라서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박공지붕을 건축한다면 레미콘 타설시 미장공을 투입하여 지붕의 선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골조 공사가 완료되면 최종적으로 완성 검사를 한다. 각종 창호의 개구부 사이즈가 정확한지 거푸집이 해체되지 않은 곳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미흡한 부분이나 골조가 잘못 시공된 부위는 수정 보완을 하고 외부와 내부 청소까지 완료하면 골조 공사가 끝나는 것이다.
마지막 콘크리트 타설을 완료하고 골조 팀은 거푸집 해체와 자재 정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른 아침 현장 바로 아래 상동마을의 한 할머니가 "여기 현장 소장 나와봐!"라며 소리를 치면서 현장을 찾아오셨다. "무슨 일이시죠?"라고 뛰어나가 여쭤보니 자기 집 앞 골목에 누가 똥을 쌌다는 것이다. 범인은 우리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재빨리 골조 김팀장을 현장에 보내 확인해 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우리 현장에 중국에서 온 작업자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한 명이 뒷일을 본 것이었다. 마을에서 현장으로 올라오는 길 옆에 허름한 창고가 하나 있다. 창고 앞 골목길에서 큰 일을 봤는데 안쪽에 집이 없는 줄 알고 그랬다는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마을 안 골목길에서 용변을 봤다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골조 김팀장과 나는 동네 할머니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치하겠다고 두 손으로 싹싹 빌었다. 사실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 현장에 작업자들을 위해서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해야 하나 현장이 협소하여 설치를 하지 않았다. 점심 식사를 하는 식당에 현장 작업자들 볼일을 볼 수 있게 허락을 받아놓았고 지근거리에 마을 회관이 있어서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작업을 하다가 급 신호가 왔을 때 식당이나 회관까지 가는 것도 사실 귀찮은 것이다. 그냥 현장 주변의 숲 속에서 볼일을 보는 것이 다반사였다. 아무튼 그때 이후로 현장에 오는 작업자들에게 화장실 이용에 대한 주의 사항을 주지시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한바탕 소동을 겪은 후 골조 팀은 현장 정리와 청소를 마무리하고 철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현장에 사용했던 유로폼을 비롯한 각종 가설재는 정리해서 반출하고 골조 공사를 진행하면서 나온 각종 폐기물과 폐목들은 폐기물 업체를 통해서 반출하였다. 외부 마감 작업을 위한 비계 설치는 안전하게 보강하였다. 그렇게 2개 월간 제주도 현장에서 함께했던 골조 팀은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제주도로 내려온 골조 김팀장도 제주에 정이 든 모양이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 다시는 공사하러 안 온다고 하더니 이제는 제주도 공사 현장에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며 웃음을 짓는다. 더 웃긴 것은 자신의 가족들에게도 "제주도 가서 살까?"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제주도에 먹고살 수 있게 공사만 많으면 자신도 내려오고 싶다고 한다. 서울이나 경기도의 경우 건축공사를 위해 현장에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이 최소 1시간에서 2시간은 기본이다. 차가 막히는 날에는 출퇴근에만 하루 4시간이 훌쩍 넘어버린다. 도심지 공사의 경우 공사 현장 소음과 분진에 대한 민원이 하루를 멀다 하고 괴롭힌다. 여기에 현장 주변에 고문관이라도 만나면 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허구한 날 현장에 찾아와 시끄러워서 못살겠다고 하면 제대로 공사를 할 수가 있겠는가? 물론 제주도 현장에도 민원이 발생할 수 있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15년 전 애월 하귀 현장에서도 그랬지만 '송당일경' 신축 공사를 진행하면서 민원이 들어온 경우는 딱 2번이다. 바로 옆에 펜션에서 여행객이 있는 경우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거푸집 해체 작업의 시간을 조금 미루어 달라는 것이었다. '송당일경' 길 바로 건너편에 있는 집에서는 오히려 공사 빨리 잘 끝내라고 응원까지 해주셨다. 물론 제주도 공사가 육지 공사에 비해서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건축 자재수급, 기후 조건, 기능공 수급의 어려움 등. 만약 나에게 육지와 제주도 현장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후자를 택할 것이다. 아침 일출을 보면서 시작했던 현장 정리는 점심시간이 지나고 해가 뉘역뉘역 지면서 완료가 되었다. 마지막 남은 형틀 자재를 골조 김팀장 화물차에 실었다. 하늘도 이별을 아는지 늦은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이제 제주항으로 출발한다고 했다. 악수와 함께 그동안 고생했다는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고 마을 돌담사이로 골조 김팀장의 화물차가 멀어져 갔다. 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철근 콘크리트 골조 공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