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 8. 창호 공사
"이건 시스템 창호 모던 블랙으로 발주 진행하겠습니다!"
건축 골조 공사가 완료되면 전기와 설비 배관 작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외부와 내부에 옷을 입혀야 한다. 즉, 마감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마감의 기준이 되는 창호 프레임(창틀)을 가장 먼저 설치해야 한다. 창호는 유리가 들어가는 창부터 출입구에 설치되는 방화문, 현관문 등이 모두 포함된다. 단, 외벽 마감이 석재나 벽돌인 경우는 다르다. 창호 프레임을 석재와 벽돌 시공이 완료된 후에 설치한다. 외벽 마감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서 창호 프레임 설치 순서가 바뀌는 것이다. 왜냐하면 외벽 마감이 돌이나 벽돌인데 창호를 먼저 설치할 경우 창호에 맞추어 석재와 벽돌을 시공해야 하기 때문에 시공 줄눈이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좌측과 우측, 상부와 하부의 높낮이 레벨이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잘못하면 비대칭 사이즈로 석재와 벽돌을 시공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공하게 되면 시공 줄눈이 서로 맞지 않아 미관상 보기에도 좋지 않고 자재 발주도 어렵거니와 작업 효율이 떨어져 자재의 로스와 시공 비용 증가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건축 시공 순서에 맞게 창호 설치를 한다. '송당일경'은 외벽 마감이 종석 뿜칠이다. 외벽에 단열재를 설치하고 단열재 위에 메쉬를 시공하고 천연 돌가루인 차돌이 섞인 뿜칠용 재료를 뿌려서 제주도의 거친 현무암의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외단열 공법 작업을 진행하려면 모든 창호의 프레임이 선시공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현장의 경우 창호 프레임 주변에 액자 스타일의 알루미늄 후레싱이 4면 모두 돌아가기 때문에 창호 설치 후에 후레싱 설치까지 완료해야 외벽 마감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내부도 마찬가지다. 외부에 접한 벽체와 내부 벽체의 수직 수평이 정확하게 맞으면 좋겠지만 시공 오차라는 것이 발생한다. 벽체가 수직이 안 맞아 기울어지는 경우도 있고 콘크리트 타설시 측압에 의해서 벽체의 중간중간에 배가 부를 수도 있다. 내부 벽체 마감이 도배가 되었든 도장이 되었든 마감 작업을 위해서는 평활도를 확보한 바탕면을 설치해야 한다. 벽체면에 각재로 틀을 만들고 그 위체 석고 보드를 설치하는데 이때 정확한 수직 수평을 맞추어 시공한다. 이렇듯 마감 작업의 모든 기준이 되는 것이 창호 프레임(창틀)인 것이다.
여기서 유리가 들어가는 창호에 대한 기능을 잠시 설명해볼까 한다. 창호는 내부에 햇빛을 들여 밝게 만들어 준다. 창문을 열어서 내부의 습하고 탁한 공기를 순환시켜 주는 환기의 역할도 한다. 그리고 외부의 풍경을 내부로 들인다. 창호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채광, 환기, 조망인 것이다. 만약 집을 짓는데 창이 없다고 생각해 보라. 밝은 대낮에도 인공조명으로 생활해야 할 것이다. 신선한 외부 공기를 내부에서 느낄 수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 집 바로 앞에 있어도 내부 공간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송당일경'에서는 새소리와 함께 아침 햇살이 여행객들의 잠을 깨우길 바랐다. 침대에 누워서 오름과 먼바다 조망이 펼쳐지는 제주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길 원했다. 창을 통해서 외부의 툇마루에 바로 나가 휴식을 취할 수 있길 원했다. 주방에서든 침실에서든 화장실에서든 제주를 느낄 수 있는 돌담을 내부로 들이고 싶었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제주도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보게 하고 싶었다. 품질면에서는 제주도라는 지역과 기후 조건에 적합한 창을 원했다. 건축 설계를 진행할 때 창호의 위치를 결정하기 위해 고심하고 또 확인하고 검토하여 창호의 위치와 사이즈를 결정하였고, 창호 사양은 기능과 품질적인 면을 고려하여 이건 알루미늄 시스템 창호로 결정하였다. 창호의 색상은 모던 블랙과 라이트 그레이 컬러 2가지로 압축되었고,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건축주 분과 모던 블랙으로 의견일치를 보았다. 송당일경에는 폭 240mm 두께 20mm 알루미늄 후레싱이 창호 프레임 4면에 액자식으로 들어가는데 창호 프레임 컬러와 맞출 수 있는 것이 블랙밖에 없다는 것도 창호 색상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사유가 되었다. '송당일경' 4인실인 해실에는 달실에 없는 천창이 있다. 거실의 평상 위에 슈퍼 싱글 매트리스가 2개 설치되는데 바로 그 위에 창을 설치하였다. 이유는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제주의 하늘을 보며 휴식과 잠을 잘 수 있게 천장을 설치한 것이다. 천창은 세계적인 천창 전문 기업 덴마크의 벨룩스 사 제품을 선정하였고, 제주의 습한 기후 조건을 고려하여 개폐가 가능한 사양으로 결정하였다. 사실 천창을 잘못설치하여 누수라는 치명적인 하자가 발생할 경우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내가 천창을 설치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만류했다. 천창을 설치하여 하자로 고생한 현장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극구 말렸다. 하지만 천창의 매력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제주도에서는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깊고 푸른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다. 혹시 알퐁스 도데의 '별'이라는 소설을 아는가? 목동이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표현한 단편선인데 어린 시절 내 마음을 뛰게 만든 이야기다. 언젠가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천창을 설치하고픈 내 작은 바람이 반영되었던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주변의 만류에도 천창에 대한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벨룩스 영업 기술팀에 연락을 해서 천창 시공에 대한 기술적인 사항들을 자문받았고, 설치에 관한 유튜브 동영상을 수십 번 정주행 하여 내가 직접 설치하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그리고 창호를 발주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실측을 해야 한다. 실측을 하기 위해서는 고시먹이 벽체에 표시가 되어 있어야 한다. 고시먹이란 건축 바닥 마감의 레벨을 표시한 것이다. 고시 먹을 놓고 창호를 실측하는 이유는 창호 프레임이 바닥 마감에 맞추어 설치되는 경우도 있고 외부에서 봤을 때 모든 창호의 상단 레벨을 동일하게 맞추기 위해서다. 만약 좌우 비대칭으로 창이 설치되는 건축물이 있다고 치자. 양쪽의 창 상단 높이가 서로 다르게 설치되었다면 그만큼 보기 싫은 것도 없다. 또 여러 개의 창호가 연속적으로 설치되는 데 그중에 하나가 위로 툭 튀어나온다면 누가 시공했냐며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이다. 또한 바닥을 마감했는데 창호 하단의 프레임이 높이가 바닥 마감 아래로 깊이 묻혀버리거나 바닥 위로 너무 올라가 공중 부양이 되어버린다면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바닥 마감보다 창호 프레임이 낮다면 마감 작업을 할 수 없고 반대로 높다면 바닥과 프레임 사이를 무언가로 막아서 땜방을 해야 한다. 미관이 엉망인 것은 물론이고 마감 작업의 품질이 저하되고 잘못하면 프레임을 재시공하거나 바닥을 전체 다시 시공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창호 발주를 위한 실측 진행 시 고시 먹은 필수다. 만약 신축 공사를 진행하는데 고시먹도 없이 창호를 실측하는 업체가 있다면 실력이 형편없거나 대충 공사를 진행하는 업체인 것이 확실하다. '송당일경' 현장은 당연히 고시 먹을 표시하고 창호를 실측했다. 제주도 중산간과 해안가에 집이나 건물을 짓는 경우 이왕이면 알루미늄 재질의 시스템 창호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제주도의 경우 습한 기후 조건과 엄청난 강풍, 아래에서 위로 휘몰아치는 비, 쉴 새 없이 들어오는 벌레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가장 많이 시공하는 PVC 이중 창호와 AL 시스템 창호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밀성능이다. 시스템 창호가 이중 창호에 비해서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밀성능이 뛰어나 이를 보완해 준다. 그리고 시스템 창호는 외부 소음이나 방풍과 방충에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PVC 창호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하얗던 프레임이 누르스름하게 변색이 되고 변형이 일어난다. 하지만 알루미늄 소재의 시스템 창호는 거의 변색이 되지 않는다. 즉 내구성이 현저히 뛰어난 것이다. 창호 발주 후 3주 뒤 약속한 날짜에 창호 설치 공사가 진행되었다. 창호 프레임 설치가 끝나고 외부를 둘러보았다. 모던 블랙 색상은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감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창호 설치가 완료되었다. 이제 외부와 내부 마감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