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 9. AL 징크 평이음 지붕공사
"오늘은 강풍으로 인해 작업 철수합니다!"
제주도는 섬이다. 그래서 습하다. 비도 자주 내린다. 비에는 염분이 많다. 공기 중에도 염분, 즉 소금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한 철은 금세 녹이 발생한다.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발코니 난간대에 녹이 슬어서 녹물이 흘러내린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녹물이 흘러내려 외관에 번져 흉물처럼 보이는 건물들도 꽤 보인다. 왜냐하면 부식 발생에 저항이 약한 철로 각종 난간대나 장식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부식성을 갖춘 스테인리스 강이나 알루미늄 재질의 금속은 가격이 비싸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반 철제를 사용한 탓이다. 제발 이런 건축 시공은 하지 말자. 제주도뿐만 아니라 외부에 설치되는 모든 금속 시설물은 공사 금액이 더 투입되더라도 부식에 강한 금속을 사용하여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야 아름답고 깨끗한 건물 외관을 보다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다. 지붕 징크 공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징크는 크게 3가지 종류의 금속 제품이 사용된다. 리얼징크라고 불리는 철제 강판에 아연이 도금된 징크, 아연과 구리에 티타늄이 함유된 오리지널 징크, 알루미늄에 아연을 코팅한 징크 이렇게 3가지다. 가격은 오리지널 징크, 알루미늄 징크, 리얼징크 순으로 내구성이 뛰어난 오리지널 징크가 가장 비싸다. 그래서 이보다 저렴한 알루미늄 징크와 칼라 아연 강판인 리얼 징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징크 이음 방식에는 돌출 이음과 평이음이라는 방식이 있다. 돌출 이음 방식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시공 방법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징크와 징크가 만나는 부분이 징크 면보다 튀어나와 이음이 된 작업 방법이다. 그에 비해서 평이음 방식은 돌출된 부위가 없이 일정한 규격의 징크 판을 평평하게 서로 연결하여 시공하는 방식이다. 돌출 이음 방식에 비해서 평이음 방식으로 지붕을 시공하게 되면 자재 로스와 작업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돌출 이음 방식에 비해서 당연히 공사비가 비싸다. 금액적으로 많은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디자인 적으로는 확연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체적인 외관 디자인을 고려하여 거기에 맞는 적합한 시공 방식을 선정해야 한다. '송당일경'은 한국의 전통 기와 모양을 담고 싶었다. 자재는 금속 징크이지만 한옥의 기와 모양을 담고 싶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지붕 모양보다 디자인적으로 특별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징크 시공 방식은 평이음으로 결정하였고 자재는 내부식성이 강한 알루미늄 징크 자재로 선택하였다. 색상은 외벽 컬러와 잘 어울리는 차콜 그레이라는 진회색으로 발주하였다.
지붕은 건물의 가장 높은 곳이다. 따라서 작업 중에 햇빛과 비, 눈, 바람을 막아줄 그 어떤 것도 없다. 더군다나 '송당일경'의 지붕은 삼각형의 박공지붕이다. 좌우로 경사가 있어서 일반적인 평지붕에 비해 작업을 하는데 힘들다. 징크 지붕 작업의 순서는 콘크리트 바탕면에 세트 앙카를 박아서 40*40 각파이프로 하지 작업을 진행한 다음 내수 합판으로 지붕 전체를 덮는다. 그리고 방수 시트를 시공하고 그 위에 징크 판을 시공하면 완성이 되는 것이다. 건물 외벽 마감 전체 기준의 공정 순서는 골조 공사 완료 후 지붕 하지 작업을 선시공하고 창호 프레임 설치 작업을 진행한다. 그다음 외부 단열재 설치 및 마감을 완료하고 나서 지붕 징크 마감 공사를 진행한다. 지붕 징크 공사를 완료하고 외단열 공법으로 외벽 마감 작업을 진행해도 되지만 '송당일경'의 지붕은 외벽 마감에서 40cm 이상 돌출되어 처마가 시공된다. 그렇기 때문에 옆에서 보이는 지붕 처마 두께가 최대한 얇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외벽 종석 뿜칠 마감 후에 지붕 징크 판을 설치하였다. 철근 콘크리트 골조 공사 완료 후 어렵게 찾은 제주도 현지 징크 평이음 전문 업체와 실측을 진행하고 작업 투입까지 약 3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골조 공사가 2월 초에 완료되었으니 지붕 하지 작업은 2월 말에 투입된 것이다. 제주도의 겨울바람은 매섭다. 겨울에서부터 이른 봄까지 제주도의 바람 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낮기온은 영상 10도가 넘지만 바람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영하로 떨어진다. 그리고 '송당일경' 골조 공사 완료 후 2월과 3월 작업일보를 확인해 보니 우천으로 작업이 취소된 날이 보름이 넘는다. 7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비가 내린 적도 있었다. 아무튼 이른 새벽 지붕 하지 작업을 위해 작업자와 자재가 도착하였다. 지붕 징크 하지 작업을 위한 자재는 가로 세로 40mm*40mm, 두께 1.4t 아연도 각파이프와 12mm 두께의 내수 합판, 그리고 아스팔트 계 방수 시트이다. 25 ton 크레인으로 자재를 지붕 위로 올리고 지붕의 가장 상단 레벨을 체크하며 하지 작업을 진행하였다. 박공지붕은 가장 높은 상단에서 양 갈래로 균등한 면적으로 처마 길이까지 계산하여 시공한다. '송당일경'은 2개의 독립된 건물이기 때문에 이쪽 지붕과 저쪽 지붕을 왔다 갔다 하며 동일한 높이 레벨을 기준 잡고 시작하였다. 실을 띄우고 세트 앙카를 박고 아연도 각파이프를 세트앙카와 용접하여 일정한 간격으로 고정시켜 나간다. 지붕 징크 하지 작업을 진행할 때는 춥고 바람도 불었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 때의 작업 팀이 들어와서 안전하고 무사히 작업을 완료하였다.
지붕 하지 작업 완료 후 한 달 뒤 외벽 종석 뿜칠 마감 작업이 끝나고 지붕 징크 판 평이음 설치를 위해서 작업팀이 현장을 찾았다. 평이음으로 시공하기 위해 발주한 알루미늄 징크 판이 현장에 도착하고 처마 끝 마구리부터 감싸며 작업이 스타트되었다. 작업을 시작하자 봄이 오기 전에 마치 시기라도 하듯 매서운 바람이 연일 불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바람에 항복하며 작업을 철수했다. 평이음 징크판 1개의 사이즈는 430mm*800mm이다. 이 징크판을 한 장 한 장 이어서 클립과 피스로 고정시킨다. 지붕 위에서 그것도 기울어진 경사면에서 작업하는 것도 힘든데 순간 풍속이 15~20m/s가 되면 오픈식 때 가게 앞에 설치되어 춤을 추는 인형이 되어 버린다. 징크 판은 종이비행기처럼 날아가 버릴 수도 있다. 점심 식사 후에 "오늘 작업은 강풍으로 인해 철수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작업자들은 모두 현장을 떠났다. 안전을 위해서 작업을 중단한 것이다. 지붕 위에 있던 자재들도 모두 지상으로 내려서 건물 내부로 들여놓았다. 바람은 그다음 날도 계속되었다. 예전에는 비라는 놈이 건축 작업의 최대의 적이었는데 이제는 바람이라는 놈이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일기 예보를 확인할 때도 바람의 세기를 먼저 본다. 3일 만에 바람은 잠잠해졌고 징크 마감 작업팀은 기다렸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현장에 나타났다. 그리고 안전하게 지붕 징크 평이음 시공을 완료하였다. 지붕 공사가 완료되기 전에 하늘을 향해 뻥 뚫려있는 천창을 통해 내부로 빗물이 들어와 매번 물 제거 작업을 하였다. 이제 물제거 작업에서 해방되었다. 물제거라는 악몽에서 탈출한 것이다. 아무리 세찬 비가 내려도 내부에는 물 한 방울 튀기지 않는다. 그리고 징크와 천창이 만나는 부위는 징크 공사와 천창 설치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벨룩스 제품의 천창은 미리 발주하여 현장에 대기시켜 놓은 상태에서 징크 작업팀이 천장 부위 작업을 진행할 때 함께 설치하였다. 벨룩스 천창 설치에 대한 방법과 순서는 동봉된 설명서와 유튜브 동영상을 참조하였다. 천창 설치 부위 골조 오픈 사이즈와 지붕 하지 작업 시에 오픈 사이즈는 벨룩스 코리아 본사 영업 기술팀에게 직접 연락하여 정확한 치수를 받아서 시공하였다. 지붕 징크 평이음 공사가 완료되니 이제 '송당일경'의 얼굴이 보인다. 아무리 이쁘고 화려한 옷을 입어도 헤어 스타일이 엉망이라면 상상도 하기 싫은 모습이 될 것이다. 모든 건물의 지붕이 바로 헤어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되도록이면 이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