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질처럼, 인생도

by 이영관

곡식을 담고 흔들면

가벼운 것은 날아가고

무거운 것은 뒤로 모인다.


이것을 ‘키질’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가을이면 곡식을 추수하고

알곡과 쭉정이를 구분하려고

이 ‘키’를 사용했다.


키질을 할 때는

계속해서 위, 아래로 흔든다.

흔들고 또 흔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곡은 아래로 모이고

쭉정이는 바람에 날아간다.


문득 생각했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고난이 온다.

흔들림이 온다.

힘겨운 상황들이 반복된다.

그럴 때마다

내 안의 쭉정이 같은 것들이

하나둘씩 날아간다.


허영, 핑계, 미련, 가식…

그런 것들이 떨어져 나가고,

끝내 남는 것은

정직한 마음,

견디는 힘,

진짜 나다.


아프지만,

흔들림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정제한다.


인생이라는 키질 속에서

나는 오늘도

알곡으로 남기 위해

조용히, 묵묵히,

흔들림을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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