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만족하는 도서관
중학생과 초등학교 고학년 딸들을 둔 아빠는 마음이 불편하다.
본인이 집에 있는 걸 좋아해 오랫동안 집콕을 추구했더니 아이들까지 덩달아 집에만 붙어있는 게 이젠 걱정이 된단다.
한동안 힘을 다해 아이들을 이곳저곳 데리고 다니려 노력했던 난 지금은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의 성향에 맞추기로 했는데, 남편은 지금에야 마음이 불편한 모양이다. 마침 5월 재량휴업일까지 겹쳐 며칠 동안 세 딸과 함께 휴일을 보내게 되었다.
산책? 공원? 고궁? 박물관? 놀이동산? 모두가 만족할 만한 곳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하긴, 식사 메뉴 하나 정할 때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데 다 같이 하루를 같이 보낼 장소를 물색하는 건 초 고난도일 듯.
결국, 우리는 작년 가을에 갔던 만화도서관, 정확히는 '부천만화박물관'에 가기로 합의를 했다. 그곳은 타 도서관에서 특별도서 취급(?) 받는 만화라는 장르가 온전히 주인공인 도서관이다.
상시로 여러 볼거리나 전시회도 열리고 있지만, 우리는 지난번에 한 번씩 둘러봤기에 이번에는 도착하자마자 구내식당에서 식사 후 바로 2층 도서관으로 직진이다.
(구내식당의 메뉴는 호불호가 있을 듯 하나, 우리가 간 날은 쌀국수가 나와서 만족스럽게 배를 채웠다.)
남편과 중학생 둘은 만화책 가득한 서가로 홀연히 사라졌고, 아직 만화보다는 전시나 체험에 관심이 많은 초등학생은 왜 오늘은 전시는 안 보냐며 아쉬워한다. (입장권을 구입해야 해서 패스했으나 다음에는 나랑 초등학생만 입장권을 끊어 전시를 관람하기로 했다. 같이 움직이는 대신 개인 맞춤 서비스도 필요하다)
결국 알록달록한 어린이실에 가 있겠다고 해서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나중에 살짝 들여다보니 그새 친구를 사귀어서 둘이 대화 중이었다. 그 덕에 나도 엉덩이 붙이고 내 취향의 만화를 고를 여유가 생겼다.
한번 보면 그냥 지나치지만, 어디선 한번 들었던 걸 다시 만나면 그때는 손이 가는데 <도토리문화센터>는 며칠 전 지인에게서 재밌다는 얘기를 들은 참이었다. 오랜만에 초집중해서 큭큭대면서 재밌게 만화를 감상하는 기분은 글책과는 다른 묘미가 있었다. 지은이 '난다'작가가 궁금해져서 전작인 '어쿠스틱라이프'를 들춰보는 새 도서관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
중학생들과 남편은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갔어."
"정말 행복했어."
"다음에는 조금 일찍 오자."
몸을 배배 꼬며 자꾸만 밖에 나가자고 했던 막둥이를 제외하고는 전원이 행복해했던 나들이었다.
'난다'작가의 '어쿠스틱라이브'가 궁금했는데, 동네 도서관에도 이 책이 있는 걸 발견하고 다음날은 동네 도서관으로 향했다. 주말의 루틴인 그림책과 등등의 책들 대출을 마치고, 도서관 의자에 푹 들어가 만화를 읽는 즐거움이란! (아이들이 원하는 만화는 '만화도서관'에만 있어 오늘은 따라나서지 않고 게임을 선택한다고 해 더 한갓지게 남편 하고만 다녀왔다)
휴일에도 멍하니 쉬는 걸 잘 못하고 계속해서 할 일을 찾아서 하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내게 '만화'라는 장르는 모든 걸 잊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는 걸 알았다. 빠져서 웃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고, 그러고 나면 또 일상을 살아갈 새로운 힘이 충전된달까. 당분간은 쉬고 싶은 날 도서관으로 달려가 '어쿠스틱라이프'를 펼치는 게 새로운 휴식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