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에 이곳에 <2025 트렌드코리아>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하얀 눈이 쌓인 길을 집에서부터 달려서 갔더랬다. 연초에 대부분의 도서관에 예약자가 10명이 넘어 하릴없이 기다려야 했는데 운 좋게 이곳에서 해당 도서를 빌릴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이곳은 '부엉이 책장'이다. 입구에서 도서관카드를 찍고 들어가 원하는 책을 검색해 대출/반납을 자유롭게 하는 스마트도서관이다. 기한은 2주인데, 난 다 못 읽으면 마지막 날 가서 반납 후 재대출을 한다. 일반 도서관처럼 예약이 불가능해 일단 책이 내 손에 들어오면 이런 식으로 반납과 대출을 반복하며 끝까지 읽는 뿌듯함을 느낀다(혹시나 제가 읽고 있는 책을 애타게 기다리는 분이 계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매달 신간이 들어오는데, 그전부터 점찍어 놓은 책들이 많아서 한 번씩 갈 때마다 '두권'밖에 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차분하게 책을 고른다.
책등이 보이는 도서관과 달리 책표지가 보여서 화면을 손으로 쭉 올리다 보면 책 간식(!)을 고르는 듯하다. 작년 여름 일본 후쿠오카로의 여행을 앞두고 이곳에 왔다가 작가가 일본인이고 후쿠오카와 그 근처를 배경으로 했다는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이란 책을 발견했는데 여행 전에 훑어만 보고 다녀와서 읽었더랬다.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책의 주 배경이었던 '모지항'에 갈까 말까 하다가 다음에 가보자 했었는데, 다녀와서 그 책을 읽다 보니 '모지항'에 가보지 못한 게 아쉬워질 만큼 매력적이었다. 여행 다녀온 기억을 더듬어 책 속의 편의점 위치를 찾아보겠다고 구글 지도를 열어 지명을 확인하면서, 소싯적에 짝사랑했던 사람의 집을 대충 알고 있다가 그 근처에서 서성이던 기억이 소환되기도 했다.
최근 지인으로부터 <제철행복>이라는 김신지 작가의 책을 소개받았는데, 마침 이곳에 있길래 대출했다. 그러고 나서 같이 읽고 있던 <새 마음으로>라는 이슬아 작가의 책에서 김신지 작가의 어머님 인터뷰를 발견하고는 순간 전율이 흘렀다. 그다음에 도서관에서 만난 책은 <평일도 인생이니까>라는 '김신지 작가'의 책이었다. 책이 책으로 연결되는 순간, 관내 도서관과 부엉이 책장을 오가며 만끽하는 일상이다.
도서관은 주말에도 문을 열지만 공휴일에는 문을 닫는다. 도서관이 문을 닫는 날이면 괜히 불안해져서 미리 책을 대출하곤 하는데, 그러지 못했을 때도 '부엉이 책장'이라는 스페어(!)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다.
부엉이 책방의 위치는 내가 운동하는 센터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육교를 내려가면 바로 보이는 위치라 아이들을 데리고도 자주 가 보려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솔직히 좀 귀찮아하는 눈치다.
방학이면 아이들과 함께 오는 어머니들이 많아서 책방 안이 붐빈다. 책방 안에서는 대출이든 반납이든 한 번에 한 가지씩 처리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한 번은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를 대출하러 갔는데, 내 바로 앞사람이 그 책을 대출하고 있었다. 간발의 차이로 놓치다니... 하면서 아쉬워하고 있는데, 다른 책을 검색하더니 그 책을 놓고 가서 쾌재를 불렀다. 마침 옆에 있던 큰아이가 "엄마, 오늘 정말 운이 좋은 날이네요!"라고 한마디 던졌다.
어제도 밤에 아이스크림을 사 오던 길에 둘째와 부엉이 책장에 들렀다. 동물을 좋아하는 녀석은 책표지와 재제목이 맘에 든다며 대출했는데, 책이 생각보다 두꺼워 보였다. 그래도 본인이 고른 책이라며 가방에 넣고는 뿌듯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모습이 매우 기특했다. 2주 뒤에 내 책을 반납하는 길에 같이 반납해 달라고 부탁할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이지만 그러면 어떤가? 자기 손으로 원하는 책을 빌리는 기쁨은 빨리 알면 알수록 좋은 것이니 관내 도서관이 아니더라도 여기라도 자주 같이 가자는 얘기를 아이들에게 슬쩍슬쩍 꺼낸다.
오늘 대출해 온 신착도서 <날마다, 도서관>이라는 강원임 작가의 책은 제목부터 끌렸다. 도서관 덕후들끼리의 간접 만남을 책이 주선한 듯해 설레는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도서관에서 보내는 일주일이라는 소제목을 보고 토요일이라는 챕터를 먼저 펼쳤다. 다른 도서관 덕후의 일상을 훔쳐보는 느낌은 이런 거구나! 이 순간 필요한 건 오직, 따뜻한 페퍼민트 차 한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