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정변 발생 후 약 7개월이 지난 8월 말 현재, 제3차 코로나19 확산세까지 겹치며 미얀마는 전례 없는 이중 충격에 휩싸여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군부와 친군부 재벌에 의해 착취되어 온 미얀마 은행 부문은 그 기반이 아직 매우 취약하며 불과 최근 몇 년 사이 국민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은행과 시중의 현금 부족, 은행 거래에 대한 신규 규제, 5천쨔트와 1만쨔트권 폐지설, 3개 시중은행 파산설 등 금융시장을 둘러싼 온갖 설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국민들은 병원비나 산소탱크 구입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했다. 현금이 필요한 국민들에게 8%가 넘는 수수료를 선제하고 현금을 제공하는 신종 환전상들은 이제 익숙한 직업군이 되면서 국민들과 금융부문간 신뢰는 바닥을 쳤다. International Crisis Group(국제위기감시기구)의 미얀마 선임고문 리처드 호시 Richard Horsey는 현 미얀마 상황을 매우 심각한 경제 위기라고 진단하며 이는 결국 행정부와 은행, 경제에 대한 신뢰 문제라고 분석했다.
1. 8월 17일 미얀마중앙은행(이하 CBM) 부총재 윈 토 Win Thaw는 관영 MRTV를 통해 금융 서비스, 특히 Wave Money의 웨이브 페이와 Kanbawza 은행의 KBZ페이와 같은 모바일 뱅킹 서비스에 대해 정부가 ‘면밀히 감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National Unity Government(이하 NUG)와 Committee Representing Pyidaungsu Hluttaw(이하 CRPH)는 ‘불법 조직’이며 모바일 뱅킹 서비스가 NUG가 주도하는 CDM캠페인을 지원하는 데 사용되는 경우 해당 은행뿐만 아니라 사용자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했다.
2. 이는 NUG를 포함한 반군부 조직에 대한 국민들의 자금 지원을 차단이 그 목적이다. 특히 8월 15일 NUG가 기금 마련 목적으로 발행한 ‘Aung Lan Lwint Chi Spring Lottery’를 구입하는 개인은 테러 방지법과 자금세탁법에 저촉될 수 있으며, 송금신고를 하지 않는 금융기관도 금융 기관법에 따라 법적 조치가 취해질 것임을 강조한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에 앞선 8월 13일 CBM은 이 복권과 관련된 모든 거래를 제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모든 금융기관들에 배포했다.
3. NUG 임명 재정투자부 장관 틴 툰 나잉 Tin Tun Naing은 RFA 미얀마 지국과 인터뷰를 통해 이 복권은 국민의 안전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으며, 군정이 매일 수십만 건에 달하는 모든 계좌이체를 감시할 것이라는 위협은 허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또한 모바일 뱅킹 시스템은 군정 행정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바일 뱅킹을 완전히 폐쇄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4. 일각에서는 군정이 정변 직후인 2월 4일 두 명의 CBM 부총재를 전격 교체한 이후 CBM은 더 이상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기관으로 전락하며 군정의 명령만 따르고 있다고 비난한다. 또한 CBM이 현금유통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화폐 공급 이슈때문이 아니라 민주진영으로 흘러들어 가는 자금줄을 끊기 위한 정치적 이슈 때문이며 금융부문이 정치의 인질로 이용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군정 대변인 쪼 민 툰 Zaw Min Tun이 7월 12일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은행 규제의 배후에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하며 7월 말까지 현금 인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다짐한 것을 복기해 보면, 이러한 분석이 타당성이 있다.
NLD 쪽 경제학자들은 미얀마 금융위기가 앞으로 몇 달간 더 심각해지고 짜트화 가치도 추가하락할 것이며 이러한 상황은 정치적 변화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1. 정변 이후 국민들이 세금 및 공과금 납부 거부 운동을 계속해 옴에 따라 군정은 6개월 이상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CBM은 군정의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추가 화폐를 발행할 것이라는 소문을 일축했다. 8월 10일 과도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과도정부 전체회의에서 SAC 의장 경 총리인 민 아웅 흘라잉은 세수 부족을 인정하며 각 부처의 지출 절감을 촉구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이 군정이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추가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는 소문을 부채질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켰다. CBM 윈 토 부총재는 경제 둔화에 따라 정부 지출 감소는 당연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 화폐 인쇄는 필요하지만, 적자가 날 때마다 돈을 찍어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말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고자 했다.
2. 3월 미얀마 정부에 조폐 원료를 공급해 오던 독일 Giesecke & Debrient가 선적을 중단했으나 6월부터 기존 화폐와 약간 다른 재질의 종이에 인쇄된 신권이 시중에 대량 유통되기 시작했다. 관련 부처 고위 공직자는 CBM이 통화 및 재정 정책에 따라 인플레이션 방지 목적으로 신권을 발행하고 있기 때문에 신권 발행이 미얀마 재정 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3. 지속적인 금값 인상과 CBM의 신권 추가 발행 소문이 돌면서 짜트화는 평가절하되고 있다.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6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3차 대유행은 의료용 산소 및 의약품 수입 급증을 불러왔고 달러화 수요는 더 증가했다. 8월 16일 시장 환율이 1,800쨔트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금값도 티칼(16.6그램) 당 170만 차트로 신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CBM의 지시에 따라 경찰이 높은 환율로 달러를 파는 환전상들을 체포함에 따라 8월 17일 시장 환율은 달러당 1,660쨔트까지 하락했다가 8월 30일에는 다시 1,700 짜트를 넘어섰다. CBM은 의약품, 산소, 식용유, 연료 수입업체들 지원 명목으로 8월 23일 1,000만 달러를 1,660 짜트에, 8월 25일 5백만 달러를 1,663 짜트에 매각했다. 정변 이후 짜트화가 23% 평가 절하됨에 따라 CBM은 지난 6개월간 1억 달러 이상을 팔아야 했다.
1. CBM은 8월 2일, 지침 4/2021을 통해 국내은행들의 외국인 채용 제한 규정을 발표했다. 은행이 채용할 수 있는 외국인 직원 수와 직위를 제한하는 내용이며, 금융기관들이 외국인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채용 30일 전 CBM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시장 점유율 1% 미만의 소규모 은행들은 8명 이하의 외국인 직원을 고용할 수 있고 시장 점유율 1~5% 미만인 중간 규모의 은행들은 15명, 시장 점유율 5% 이상의 대형 은행들은 외국인 직원들을 25명까지 고용할 수 있다.
2. 외국인을 회장이나 부회장 직위에 채용할 수 없으며, 부부서장을 내국인으로 채용하는 경우에 한해 외국인을 부서장으로 임명할 있으며 그 비율은 전체 부서의 50% 이내로 한정했다. CBM은 외국인 채용 승인 전에 후보자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평가할 것이며 부서장은 1년, 하위직은 6개월이라는 수습기간을 도입하고 고용계약은 수습기간 포함 3년으로 제한한다고 명시했다. 현 외국인 직원에 대한 정보도 공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CBM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3. NLD 정부는 2019년 민영 은행의 최고경영자나 대표와 같은 최고 위층 채용 자격기준을 강화하여 경력직만 채용하도록 외국인 채용 기준을 강화한 바 있다. 이러한 규정은 국내 민영 은행 소유주가 자격미달의 자녀를 의사결정자로 채용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규정 이후 많은 은행들이 경험과 자격을 갖춘 외국인들을 의사결정 직위에 대거 채용했으며, 금융권의 현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현재 미얀마 주요 민영 은행들의 최고위직은 대부분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CBM의 외국인 채용 기준 강화에 따라 이들의 고용연장 여부는 능력과 전문성이 아니라 CBM 혹은 군정의 결정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1. CBM 부총재는 8월 3일 화상회의를 통해 ‘은행과 환전상들의 기준환율 +- 0.8% 적용률(관리변동환율제도)’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상품가격 인상을 막고 시장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국내외 44개 은행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개별 은행의 정확한 외환거래를 토대로 산정했던 기준 환율이 이제는 CBM이 국제 외환 시장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조정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CBM이 시세와 상관없이 기준가를 조작할 수 있게 된다.
2. 이러한 외환 규제는 규제되는 기준환율과 시세 간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확산시킴으로써 거래량이 왜곡되고 암시장을 활성화시킬 우려가 있다. 일례로, 8월 13일 CBM기준 환율은 1, 650쨔트였으나, 시세는 1,720~1,760 짜트로 하락했다. 환전상들은 매입 매출 공시가 공시를 중단했으며 전화나 메신저를 통해 거래를 이어가며 신규 규제를 우회했고, 양곤 소재 환전상들은 사실상 고객들에 대한 달러매입 홍보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 은행들은 규정된 변동폭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시세보다 낮게 거래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개인들에게 외환 거래를 판촉 할 수 없고,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더 이상 달러를 매입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미얀마 시장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업체는 달러 환전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채무 불이행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4. 정변 이후 은행들의 달러 조달이 거의 중단되어 고객의 외화거래 주문을 처리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지난 1월 일 평균 거래금액 2,030만 달러에서 7월에는 360만 달러로 급락했다. 1977년부터 고정환율제를 채택해 오던 미얀마는 2012년 4월 관리변동 환율제도를 채택했다. 2016년 4월 출범한 NLD정부는 외환 거래를 자유화했고, 2018년 8월 기준가 0.8% 내에서 매수매도 환율을 제한했던 규제를 공식적으로 폐지했다. 2019년 2월 정부는 기준 환율이 시세를 정확히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 은행에서 거래되는 실제 외환거래를 반영하여 기준환율을 산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환율제도가 2012년 초 기준으로 회귀됨에 따라 외환시장의 퇴행은 명약관화하다.
1. IEM(Independent Economists for Myanmar, 미얀마에서 일했던 경제전문가들과 금융기관 근무자들, 전직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단체로, 2월 1일 정변 이후 미얀마 경제 전반에 관한 이슈를 비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음)은 군정의 치명적인 관리실패가 전면적인 금융위기를 촉발했으며, 이러한 위기에 대한 SAC 관리는 무능하고 은행을 망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IEM은 금융권에 대한 군정의 관리실패 사례로 미얀마의 주요 금융전문가 4명 체포, 200명 이상의 CBM 직원 정직, 예금자의 예금 금액 접근 제한 등을 제시하고 있다. IEM은 또 군정이 강압적으로 은행 부문을 안정화시키려고 한 것은 현금 인출 대란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민 신뢰와 은행의 안정화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비난하며 월드 뱅크의 암울한 전망은 향후 몇 년간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 반군부 경제 전문가들은 은행 부문 재건 및 투자 유치를 위해 은행 부문 관리권을 독립기구에 이관할 것을 군정에 촉구했다. 그러나 군정은 이러한 제안을 수용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정권이 바뀌어야 미얀마 금융부문의 재건 희망이 있다고 주장한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금융부문의 위기는 단순히 화폐 공급 부족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슈 그 자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