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을 달리는 당신에게>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 ‘마음 세차장’ 협찬, 57분 마음 교통정보입니다.
오늘은 창밖의 빗줄기가 유난히 거셉니다. 와이퍼를 가장 빠른 속도로 돌려봐도, 시야가 채 1초를 버티지 못하고 다시 흐려지네요. 앞차의 비상등 불빛만 간신히 보일 뿐, 우리가 가야 할 길의 끝이 어디인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 밤입니다.
요즘 제 라디오 앞으로 도착하는 사연들을 읽다 보면, 마음에도 장마가 온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평생을 바쳐 일궈온 가게의 셔터를 끝내 내려야 했던 사장님의 떨리는 손길. 수십 번 고쳐 쓴 이력서가 또다시 반송되어, 좁은 자취방에서 숨죽여 우는 청춘의 한숨. 그리고 텅 빈 사무실을 정리하며 "내 잘못일까"를 수없이 되뇌었을 가장의 무거운 뒷모습까지.
지금 우리네 도로는 온통 '침수 구간'입니다. 열심히 달리고 싶어도, 엔진이 꺼질까 봐 엑셀을 밟지 못하는 두려움이 도로 위에 가득 차 있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여러분은 지금, 습관처럼 와이퍼를 작동시키고 계시겠죠. 어떻게든 앞을 보려고, 어떻게든 이 위기를 뚫고 나가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마음의 와이퍼를 돌리고 계실 겁니다. "괜찮다, 이겨낼 수 있다"라며 스스로를 닦아내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아무리 성능 좋은 와이퍼도 쏟아지는 비 자체를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와이퍼는 그저, 우리가 딱 한 치 앞을 볼 수 있도록 아주 잠깐 유리를 훔쳐줄 뿐입니다.
그러니 오늘,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의 운전 실력을 탓하지는 마십시오. 가게 문을 닫은 것도, 취업의 문턱에서 넘어진 것도,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당신은 훌륭한 운전자입니다. 다만, 지금 우리가 지나는 이 구간의 날씨가 너무나 가혹할 뿐입니다.
빗물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건지, 아니면 참았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면... 굳이 닦아내려 애쓰지 마십시오. 비가 너무 많이 올 때는 비상등을 켜고 잠시 갓길에 차를 세워도 됩니다. 엔진을 끄고, 빗소리에 파묻혀 펑펑 울고 나면, 뿌옇게 김이 서린 창문 너머로 거짓말처럼 비가 잦아드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모든 비는 그칩니다. 그리고 비 온 뒤의 땅은 반드시 더 단단하게 굳어집니다. 지금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것 같겠지만, 당신이라는 차는 생각보다 튼튼하고, 당신의 연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 폭우 속에서 외롭게 핸들을 잡고 있는 모든 분에게, 가슴을 적시는 이 노래가 작은 우산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 띄워드립니다.
우리는 지금 아주 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뿐입니다. 터널이 어두운 건, 당신이 운전을 못해서가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그 긴 터널이 끝나는 순간 쏟아질 그 눈부신 햇살을 맞이할 준비만 하시길 바랍니다. 누군가를 탓하기엔, 당신이 지나온 어둠이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HBS 긴급 현장 연결]
DJ: "음... 갑자기 스튜디오 공기가 납덩이처럼 무거워졌습니다. 도로 위를 보니 차들은 별로 없는데, 도무지 속도가 나질 않는군요. 아, 시계를 보니 일요일 밤이 깊었네요. 다들 마음속으로 내일 아침 알람 소리를 걱정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가장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그 구간, 연결해 보죠. 나출근 리포터? 거기도 숨 막힙니까?"
나출근 리포터: 네! 저는 지금 ‘월요병 대교’ 진입로에 나와 있습니다! 현재 시각 일요일 밤 10시를 넘어가면서, 이곳 분위기는 그야말로 ‘숨 막히는 정적’ 그 자체입니다! 주말 내내 신나게 달렸던 ‘텐션’ 차량들은 이제 연료가 바닥나 퍼지기 직전이고요. 내일 아침 출근을 걱정하는 ‘한숨’ 가스가 도로 위에 자욱하게 깔려, 마음의 답답함 지수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상사 잔소리 터널’을 앞두고 운전자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으니, 미리미리 ‘체념’과 ‘영혼 가출’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셔야겠습니다. 이상 월요병 대교에서, 나출근이었습니다!
DJ: "저런, 저기는 답도 없죠. 그냥 일찍 주무시는 게 최고의 안전 운전입니다. 오늘 하루, 버텨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생 많으셨습니다. 지금까지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 ‘마음 세차장’ 협찬, HBS 57분 마음 교통정보였습니다.
#감성에세이 #에세이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