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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아 Nov 17. 2021

출구 없는 덕질의 세계

(티모시 샬라메와 애정 하는 배우들 편)

내게는 영화와 만화를 좋아하는 두 살 터울의 오빠가 있다. 오빠가 보는 영화는 나도 똑같이 보고 싶었고 오빠가 만화책방에서 빌려온 '슬램덩크', '드래곤볼', 'NBA 농구 잡지'도 꼭 봐야 했다. 심지어 오빠랑 일대일 농구 시합도 스스럼없이 자주 했다. 유년시절의 8할은 좋아하는 영화와 배우였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래드 피트가 나오는 '흐르는 강물처럼'을 보고 영화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아름다운 영상미와 배우들 매력에 빠져 허우적 대길 여러 번이었다.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때는 브래드 피트 미국 에이전트로 팬레터를 보내기도 했고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브래드가 내 편지를 보고 감동한 나머지 친히 답장까지 해줄 것이다 생각하는 순진한 마음도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하고 자주 보며 자랐기에 그 영향력은 막대했다. 그들이 쓰는 언어가 좋아서 영어가 무작정 좋았고 엄마는 그런 나를 외국어학원에 보내줬는데 대학생 언니들과 수업을 들으며 나 스스로가 영어를 잘한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좋아하는 음악도 당연히 팝송이나 힙합이었다. 그렇게 계속 그들은 내게 어떠한 영향을 알게 모르게 끼쳤던 거 같다. 커서까지도 쭉 할리우드 영화 및 배우들에게 애정이 컸던 나는 브래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키아누 리브스, 라이언 고슬링 같은 배우들을 덕질하는 게 일상의 즐거움이었다.


라이언 고슬링 덕질 이후로 조금 뜸하다가 몇 년 만에 새로운 배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전에는 그의 필모를 본 적도 없었고 종종 기사로 접했을 때 그저 몹시 마른 배우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 '듄'을 보고 나서 쟁쟁한 배우들 곁에서 본인만의 아우라를 확실히 내뿜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그의 나이 올해 스물다섯 살, 어리다면 어리고 어른이라면 어른이라 할 수 있는 나이다. 그의 얼굴에는 천진난만한 소년스러움과 성숙한 어른스러움이 동시에 묻어난다. 스크린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면 대체 어디까지 변신할 수 있는 사람인지 가늠조차 안된다. 오스카상 후보였던 사실이 그걸 입증한다. 이 세상 모든 아픔을 겪어본 것 같은 눈빛, 소년같이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눈빛, 동시에 퇴폐미까지 가지고 있었다. 브래드, 키아누, 레오, 라이언 현재의 티모시까지 내가 애정을 갖고 바라본 그들은 모두 아련한 눈빛을 하고 있다. 잘생겼다는 말로 부족한 그들은 눈빛으로 수많은 감정들을 전달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울컥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마력이 있는 거 같다.


이렇게 좋아하는 배우들의 인터뷰를 유튜브로 찾다 보면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티모시 같은 경우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한  어느 행사장에서 내 꿈을 모두 이루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그것이 진심이든 농담이든 간에) 어린 나이에 오스카 후보에도 오르고 빠른 성공 궤도를 밟고 있는 티모시조차 존경하는 감독님과 같이 셀피를 찍은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었던 것이다. 미국 뉴욕에 있는 쉑쉑 버거에 가서 우연히 티미를 만나면 꼭 셀피를 찍고 악수를 하고 싶다는 나의 작은 바람과도 같은 맥락이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순진한 생각을 티모시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웃음이 픽하고 새어 나온다. 애정 하는 배우를 덕질하면서 그와 나의 작은 공통점 같은 것을 찾는 것에서 기쁨을 맛보고, 그의 언행을 보고 따라 하고 싶다고 느껴지는 그런 감성 말이다. 이를테면,


'엇 티모시도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파리나 뉴욕을 좋아하네. 나랑 비슷한데 응?'

'엇 티모시도 후드 패션과 운동화를 즐겨 신는 스타일이네. 나도 좋아하는데 응?'

'엇 티모시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좋아한다고? 나도 좋아해! 대박!'


결론은 대부분 비슷하다. 우리 둘은 취향이 비슷하구나. 역시 내 눈은 정확해. 이런 거?ㅋㅋㅋ


프랑스계 미국인인 티모시는 프랑스인 아버지 덕에 불어 또한 무척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 또한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로 불어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가 유창하게 불어로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불어 공부에 대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이렇게 올 가을은 티모시 샬라메라는 배우로 인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며 글까지 쓰게 될 줄이야. 불혹을 앞둔 내가 열네 살로 돌아가 브래드에게 팬레터를 처음 쓴 그날의 기분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 기분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


Timmy, don't do drugs and watch out scandals! keep showing good acting! :)


                                                  (출처: 구글_티모시 샬라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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