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눈보다 빠르다

브런치 마을 주민으로서의 반성

by 윤성

브런치 마을에서

오늘도 나는 손이 눈보다 빠르다

집집마다 간판에 걸린 제목만 대충 훑어보고

내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말 못하고 죽은 귀신이 씌였나,

재미도 없는 나의 이야기를 미친듯이 쳐대고 있다


그런데 잠시 숨을 고르며 둘러보니

세상이 온통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시끄럽다

나는 아파

나는 억울해

나는 헤어졌어

나는 싸웠어

!!! 내가 더 힘들어

아니, 내가 더 힘들어!!!!!!!!!!!!!!!!


너무 소란스럽다

현실에서도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곳 브런치 마을에서도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넘쳐 흐른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프고 억울하고 헤어지고 싸운 이야기들이

행복한 이야기들보다 또 압도적으로 많다

그리고 아프고 억울하고 헤어지고 싸운 이야기들이

조회수도 라이킷도 훨씬 높다


세상에 행복하지 않은 삶이 더 많은 걸까?

아니면 행복한 사람보다 힘든 사람이 글에 더 의지하는 걸까?

것도 아니면

힘든 글이 더 잘 팔려서 더 많이 생산되는 걸까?


첫 번째 이유라면

우울하다

나는 세상에 행복한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

행복한 사람은 괜한 시비를 걸지 않고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까

그러면 나를 비롯한 모두가 더 행복해질테니까


세 번째 이유라면

더 우울하다

사람들이 타인이 힘든 것에 더 열광하는 느낌이라서,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보며 그래 나는 이 정도면 괜찮아, 힘내는 느낌이라서.

인간 혐오가 스물스물 올라온달까


그러니 차라리 두 번째 이유라면 좋겠다

글이 힘든 삶에 의지가 되는 건

나쁜 게 아니니까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아니니까

옳은 방식의 화이팅이니까


글에 의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부터 들어야겠다

나부터 읽어야겠다

시끄러운 이 마을이 더 시끄럽도록 목소리 하나 더 보탤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신중해야겠다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을 쓰겠다는

오만을 조금 내려놓는다

타인의 마음은

그들이 한줄한줄 공들여 쓴 글을

한줄한줄 읽음으로써 더 다독일 수 있다


그러니

열심히 쓰기보다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아침이다


눈이 손보다 더 빠르고 바빠져야겠다

브런치에서도

현실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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