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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 Apr 25. 2024

About 몰입

멋진 할머니 되기

나이가 들수록 어째 드라마를 못 보겠다.


오랜 시간 드라마를 정말 좋아했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작가교육원에도 다녔었는데...

요즘은 도통 드라마를 끝까지 못 보겠다.


특히 휴머니즘 드라마는 시시해서 못 보겠고,

멜로는 최악이다.

키스신은 아예 쳐다도 못 보겠다.

둘이 진짜 사귀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런 연기를?!

경악스럽달까.


그나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스릴러, 미스테리는

좀 후반까지 보긴 하는데

것도 요즘은 초중반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포탈에서 결말 스포로 검색해 끝을 미리 알아낸다.

궁금한 걸 조금도 참지 못하는 성격이 되었다.


이것도 노화의 일종일까?

팩트가 아닌 픽션에 도무지 몰입하지 못하는 것.


그러고보니 책을 읽은 게 언제인지.

달러구트 꿈 백화점 1권과 불편한 편의점 이후로

끝까지 읽은 책이 없다.

책이 뭐야,

연예기사도 제목보고 두 줄을 못 넘기는데......

읽기 싫고 귀찮고, 눈도 침침하다.


생각해보니 노화현상은 아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여러 분야의 책들을

섭렵하는 분들이 많고,

나보다 어려도 나보다 더 심하게 집중 못하는 애들이 있더라.


하지만 노화가 아니라면

독서광에 드라마광이었던 내가 어쩌다 이리 된 거지?


온도와 습도가 완벽한 5성급 호텔 방에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상태로

완벽한 스토리의 베스트셀러를 읽는다면

몰입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같은 상황에 흥미진진한 구성의 드라마라면

끝까지 정주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전엔 재미 없는 드라마도 참고 끝까지 보면서

그 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찾으려 노력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고된 사회생활과 만만찮게 고된 결혼, 육아생활에

찌들어 다른 분야에 쓸 에너지가 고갈된 걸까?


아니면 요즘 그냥 재밌는 드라마가 없는 걸까?

오징어게임 시즌 2, 브리저튼 시즌 3,

공유와 송혜교가 주연을 맡았다는 노희경 작가의 신작, 그리고 10년 가까이 기다린 시그널 2 가 공개되면

또 몰입해서 끝까지 볼 수 있을까?


퇴근하고 살림하고 육아하고,

밤에 누워서 만들어진 세계를 탐닉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그걸 못하니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다.

오늘도 회사에서 깨지고, 얄미운 사람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못하고, 우연히 누가 내 욕하는 소릴 들어서 명치가 답답한데 도대체 몰입 거리가 없다.


집중력 훈련이라도 해야할지,

새로운 컨텐츠를 적극적으로 검색해야 할지.


일단 지금은 누워서 손가락만 꼼짝할 힘이 남은 상태니

넷플릭스랑 유튜브에 접속해봐야겠다.

뭐 볼만한 게 있는지 훑어봐야겠다.

브런치 글들도 살펴봐야지.

자극적이고 매운 글이 아니더라도,

담백하고 심심한 글들도 끝까지 꼭 읽어봐야겠다.


귀와 눈이 늘 열려있는,

내 말만 하지 않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새로운 컨텐츠에 잘 몰입하고

그 과정 자체에서 오롯한 행복을 느끼는,

독서광 드라마광 할머니로 늙고 싶다.

그러려면 노력해야 한다. 인간의 본성은 듣는 것보다 내 얘기 하는 걸 좋아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회귀한다.


듣자, 읽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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