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좋아한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캔! 특히 퇴근하고 나서 바로 마시는 맥주가 감칠 맛난다. 그 시간엔 아이들도 학원에 가 있고 오로지 홀로 있는 시간이라 더욱 시원하게 느껴진다. 보통의 날 보다 애를 더 쓰고 온 날은 맥주 한모금을 마시는 순간 고단함이 스르르 녹는다.
살을 빼자는 생각이 늘 있기에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것도 왠지 양심에 찔리고 마시고 나면 후회가 되기도 했다. 술은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하지 않던가. 술이 술을 부르고 안주가 안주를 부르며 적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한들, 맥주 한 캔의 기쁨도 못 누리는 건 좀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소한 행복도 누릴 수 없다면 인생이 너무 무미건조하지 않은가.
요즘은 출근 전 골프나 헬스를 하고, 퇴근하고 나서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만보를 걷고 나름 애쓰며 살고 있다. 무더위 속에 출근을 하고, 휴가철이라 고삐가 풀려도 체크리스트를 줄이려고 노력 중이고. 가끔은 왜 이리 루틴에 목 매고 있나, 일에 해방되지 못하는지, 반문하며 침체기가 올 때도 있다.
결국 보상심리를 불러 일으키는 내 안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맥주 한캔을 마시는데 흔쾌히 합의하였다. 낱개로 사던 맥주를 꾸러미로 사서 냉장고에 쟁여 두고 하루에 한캔씩 마시고 있다.
어제는 출장을 다녀오느라 에너지가 쭉쭉 빨렸다. 날씨가 어찌나 무덥던지. 사무실 밖은 위험한 걸 실감했다. 목이 너무 말라 마트에 들렀는데 앙증맞는 테라 맥주캔이 눈에 확 띄였다. 카스만 미니 맥주캔이 있는 줄 알았는데 반가웠다. 결국 물 대신 맥주를 샀다.
집에 오는 길에 나는 나에게 말을 건다.
'맥주 한캔 할까?'
한시도 망설임 없이 나는 나에게 대답한다.
'콜!!'
예전에 동료가 알려준대로, 물이 마시고 싶더라도 꾹 참고 공복에 맥주를 마시니 잠시나마 천국이다. 더위에 지쳤던 마음이 살포시 일어났다. 누군가에게 맥주는 사람을 만나고 수다를 떠는 용도라고 한다. 나도 한 때는 충분히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