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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향기 Aug 15. 2023

나를 일으키는 말

더 나은 나로 가는 길



지난 직장에서 근무했을 때 일이다. 발령받고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부서장님께서 잠깐 내려오라고 호출하시더니, 하루에 한 번은 보고하러 내려와야 되는 거 아니냐며 핀잔을 주셨다. 일이 넘쳐나서 힘들어 죽겠는데 보고 거리도 없는데 굳이? 속이 부글부글했다.


막상 불러놓고는 한수 가르쳐 준다며 보고서 쓰는 법에 이어서 사는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다. 상사님이신데 어쩌겠는가, 리액션을 최대한 해드렸다. 들은 이야기가 거의 공중분해되긴 했지만, 그중에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도 있기도 했다. 그분에게서만 풍겨 나는 특유의 유머도 있으셨고.


어느 날, 부서장님은 나에게 멘트를 날리셨다.

"당신이랑 사는 사람은 행운이야. 이야기만 나눠도 그냥 내 마음이 편안해져." 직원들에게 인기가 없는 부서장님이셨지만 나는 그분이 싫지는 않았다. 남편에게 이런 말을 하더라고 전했더니 "막상 같이 살아보면 그 말 쏙 들어갈걸!"이라고 했지만....


현재 근무 중인 부서에 발령 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직원분이 나에게 다가오시며 "계장님이 오시니 사무실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따로국밥이었어." 식구도 많고 업무량도 만만치 많아 보여 이직자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눅이 든 상태였는데, 사무실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줬다는 말 한마디에 기죽었던 마음이 쑥 솟아났다.


최근에는 글을 쓰면서 글벗과 지인에게서 내 글을 읽고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말을 들을 때 그리 뿌듯할 수가 없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진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아닐까? 고민이었는데 공감 어린 댓글과 메시지에 활기가 생긋 솟았다.


반면에 나는 갈등을 요구하는 말이 힘들다.

예를 들면, "이대로 그냥 두고 보시겠습니까? 문제가 많아요!!"

어느 직원이 문제가 있으니 혼을 내주라는 말로 들릴 때 참 난감하다. 그 문제란 게 그 사람의 기질이나 성격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수십 년을 그리 살아온 에게 일침을 놓는다고 해결이 될까? 사람은 바꿔 쓰는 게 아닌데.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부족한 면을 채워주다 보면 일은 굴러가던데, 상처가 되는 순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 오히려 일에 방해가 될 때도 많던데. 속으로 구시렁거린다.


이럴 땐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누구를 롤모델로 잡아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카리스마를 뿜뿜 풍기고 싶고, '나를 따르라'며 전사처럼 이끌고 싶고, 옳고 그름을 딱딱 알려주고 싶었지만,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안 어울리는 옷을 입고 액션을 취하면 오히려 작아진 나를 발견하곤 했다.


최근에 내 강점이 화합과 공감인 걸 알고 나서 주위에서 날아오는 에 덜 휘둘린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답게 다가서려고 노력한다. 나를 일으키는 말에 집중하는게 '나다운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길이란 깨달았다.

지혜의 신이 자주 나에게 강림해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내가 될 수 있기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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