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나무 보러 가자!!"
추석 연휴 날 남편이 제주 사라봉 부근에 있는 아들 나무를 보러 가자고 했다. 아들 나무는 아들이 뱃속에 있을 때 시청에서 식목일 기념으로 묘목을 심는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해서 심은 나무이다. 나무를 심는데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첫 아이 출산을 기념해 나무를 심는다는 자체가 왠지 뜻깊을 것 같았다.
우리가 심은 나무가 있는 곳은 집 근처라 산책할 때마다 나무를 찾아갔다. 갈 때마다 나무가 조금씩 자라있는 게 신기했다. 어느 날은 나무의 키는 아들키랑 비슷해졌고 어느 날부터는 아들보다 커졌다. 우리 아들 나무 많이도 컸다며 대견해하곤 했다. 나무는 시청 소유라 정식으로는 우리 나무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심은 추억을 되새기며 10여 년 넘게 나무를 찾아가 정을 주었다.
남편은 유난히도 나무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다른 나무들은 세월속에 이름표가 사라졌지만 우리 나무만 남편과 내 이름이 새겨진 이름표가 아직도 달려있다. 비바람에 이름표가 땅에 떨어지면 남편이 주워서 다시 단단하게 가지에 매달아준 정성 덕분이다.
꼬마 묘목이었던 나무는 10여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하늘로 쭉쭉 뻗어 자랐다. 우리가 보기엔 다른 나무보다 월등히 커 보이고 늠름해 보인다. 다행히 어디론가 옮겨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 우리 가족은 나무 곁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고 있지만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찾아갈 나무가 있다는 게 행복하다.
나무를 심을 때 뱃속에 있던 아들도 무사히 태어나서 쑥쑥 자랐다. 아빠 손을 잡고 아장아장 나무를 찾았던 아들은 이제 아빠보다 키가 커졌다. 늠름하고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고 있다. 아들이 세상의 햇빛과 공기를 듬뿍 받고 비와 바람을 이겨내며 뿌리가 깊은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우리의 느티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