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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광석 Oct 18. 2024

인형술사

조명이 켜지고 무대커튼이 열리면 춤을 춰야해 우아하게 외투를 벗고 발뒤꿈치를 들고 사뿐하게 점프해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날아 안길 듯 춤을 춰야해 양팔을 벌려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춰야해 무대를 향해 비추는 오색의 조명은 오로지 나를 위한 장치 세상을 살아가는 건 나만의 의지가 아니야 조명이 꺼질 때까지 쉼 없이 돌고 웃고 춤추는 어여쁜 인형 나와 당신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실이 있어 수십 수백가닥의 실로 나의 눈웃음을 만드네 황홀한 미소를 만드네 나와 당신의 세상은 보이지 않는 실로 이어졌지 나는 당신을 바라볼 수 없고 보이는 무대가 전부인 세상 조명이 꺼지면 무대커튼 뒤에서 쓰러지는 나는 어여쁜 인형 내가 바라보지 못하는 세상에서 내려다보며 춤추게 하는 당신은 인형의 주인

 

무대 뒤 지친 손으로 가위를 든다 한가닥 두가닥 실들을 잘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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