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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광석 Oct 18. 2024

밤을 걷는 도깨비

  머리에 뿔난 도깨비가 공동묘지 같은 밤을 걷네 비석처럼 세워진 아파트 사이를 헤매면 석문처럼 새겨진 창문마다 붉은 불이 반짝이네 도깨비는 붉은 눈을 부라리며 방망이를 돌리며 창문마다 고개를 들이미네 어디에 있을까 어디에 숨었나 밤마다 무서워 잠 못 이루는 어른들 사각의 공간에 갇혀 꿈을 잊은 어른들 방구석 침대 밑 장롱 속을 부라리며 뒤지네 깨어있는 어른들의 머리를 내리쳐 꿈의 세계로 보내는데 잠든 아이들은 어른들의 꿈들을 먹고 자라네 아이들이 먹어버린 꿈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붉어진 눈을 비비는 도깨비 뿔 속에 담아둔 꿈가루를 묻혀 방망이를 두드리네 밤마다 아파트 창문들 사이를 헤매며 방망이를 두드리네 머리에 뿔난 도깨비가 깊은 잠을 꿈꾸며 고요한 밤길을 헤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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