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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광석 Oct 13. 2024

전망대

2024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

 

높은 자리에서 바라보면 

다들 개미 같아요

땅바닥만 바라보며 걷는 개미들 

오늘도 개미굴 속으로 들어가는 개미들과 

나오는 개미들이 엉켜 있네요 

줄지어 들어가고 나오는 개미들은 

하루 종일 위를 바라볼 일 없겠지요 

바닥에 붙어 버린 이차원의 생물들 

고개 들 수 없게 태어난 거예요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면 

다들 저리 조그맣게 보이는 걸 

바닥에 붙어 다닐 때는 

참 납작하게도 살았네요 

그래서 높으신 어른들이 

윗자리에 올라가려 애쓰나 봐요 

꼭대기에 올라앉은 채 

내려오기 싫은 건가 봐요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세상이 이리도 조그맣게 보이는 걸 

삼차원의 공간에 올라선 사람만이 

알고 있는 거예요 

저 바닥 이차원의 공간에 갇히면 

다시는 높은 자리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높으신 분들은 다들 알고 있나 봐요 

그런데 이 높은 공간에

바람이 많이도 불어오네요

차가운 칼바람들이 사방에서 불어와

살갗을 헤집어 아픈 것이

높은 자리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아요

잠시 머물다 돌아가야겠어요

하늘이 부럽지는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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