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
높은 자리에서 바라보면
다들 개미 같아요
땅바닥만 바라보며 걷는 개미들
오늘도 개미굴 속으로 들어가는 개미들과
나오는 개미들이 엉켜 있네요
줄지어 들어가고 나오는 개미들은
하루 종일 위를 바라볼 일 없겠지요
바닥에 붙어 버린 이차원의 생물들
고개 들 수 없게 태어난 거예요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면
다들 저리 조그맣게 보이는 걸
바닥에 붙어 다닐 때는
참 납작하게도 살았네요
그래서 높으신 어른들이
윗자리에 올라가려 애쓰나 봐요
꼭대기에 올라앉은 채
내려오기 싫은 건가 봐요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세상이 이리도 조그맣게 보이는 걸
삼차원의 공간에 올라선 사람만이
알고 있는 거예요
저 바닥 이차원의 공간에 갇히면
다시는 높은 자리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높으신 분들은 다들 알고 있나 봐요
그런데 이 높은 공간에
바람이 많이도 불어오네요
차가운 칼바람들이 사방에서 불어와
살갗을 헤집어 아픈 것이
높은 자리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아요
잠시 머물다 돌아가야겠어요
하늘이 부럽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