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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광석 Oct 13. 2024

동백의 꿈


이른 봄날

4.3평화공원 각명비를 보고 돌아가는데

동백꽃이 지고 있다

 

아직은 날카로운 겨울 칼날

댕강댕강 잘려 떨어지는 꽃들

 

산을 닮은 꽃술

섬을 닮은 꽃잎

부서지지 않고 떨어지는 꽃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섬 너머로 날아갔으면 했다

남해를 넘어 날아가다가 

여수 순천 바다 앞에 떠다녔으면

금남로 망월동에 불그스레 불렸으면

지리산 둘레길마다 꽃길로 깔렸으면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올라 

금강산 자락에 꽃잎이 날렸으면

산에서 피어오른 구름을 타고

태평양 너머 미얀마에도 

꽃비가 내렸으면 했다

 

꽃이 지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는 날

여문 열매 속에는 

씨앗들이 자라는 꿈을 꾸겠지

자라난 씨앗들이 발아하는 날

튼튼한 나무로 커가는 꿈을 꾸겠지

나무로 자란 동백이 꽃을 피우는 날

섬에 가득한 동백꽃들이

산에서 부는 바람을 타고

하늘로 날아가는 날

 

동백꽃들로 넘치는 세상

꿈꾸며 꽃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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