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
머릿속에 작은 나무가 자란다
두개골 깊숙한 자리
뿌리를 뻗어 기억들을 양분 삼아
나무가 자란다
자라난 나무에서 나는 꽃은
스무 살의 화사한 봄날
첫사랑의 입술처럼 붉은 꽃잎
꽃이 지고 맺히는 열매는
서른 살의 농익은 여름
쏟아지는 업무와 전화에 지쳐
뛰쳐나온 거리 뜨거운 열기에
한 바가지 땀을 흘리고 먹은
한 잔의 맥주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지난 계절의 기억들
시린 겨울이 되면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모두 떨어질까
옛 기억들을 수확하여
시를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