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 가지 색으로만 보일 때가 있어
노란 색으로 보이는 날
홀로 주안동 거리를 걸었어
빈곤해지는 은행나무들을 보며
빈곤한 지갑을 떠올리는 거야
색이란 감정의 집합이야
옆구리 허전한 바람에
떨어진 은행잎 속 숨겨진 기억들이
노랗게 올라왔어
청바지 청자켓이 어울리던 스무 살 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도
깔깔거리던 나는
칼라를 세우고 스프레이에
반짝이는 구두를 기대했지
풍성한 푸르름이 지속될 것만 같았던
스무 살의 날들이
푸석푸석해져 낙엽처럼
머리 한 구석에 간신히 걸려있다가
월급통장처럼 쉽사리 앙상해지는 날이 되어서야
은행잎에 섞여 떨어진 거야
빛나는 황금색을 꿈꾸며 걸었던 거리
어느덧 누렇게 튼 얼굴로
코트칼라를 세우고 움츠린 채
낙엽처럼 쓸려가는 사람들
그 틈바구니에서
다시 다가올 가을을 기대하며
노란 은행잎을 보며 버티고 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