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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광석 Oct 13. 2024

원룸의 밤

2024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

   

벽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천장 위 통통거리는 발소리

다락방 요정들의 회합인가

벽 너머에서 웃음소리가 들린다

젊은 여자의 톤 높은 목소리

오즈의 서쪽 마녀가 찾아온 건가

희미하게 알 수 없는 주문들

네모난 작은 방 너머에서 부리는 

신비한 불면의 마법

무거운 눈꺼풀을 잡아 올려

잠들지 못해 괴로운 거주민

방 밖은 이계가 침범한 채

굳어져 가는 환각의 공간

창문 밖 멀리서 들려오는

데시벨 높은 바이크 소리

동네 개들이 일으키는 봉기

아으 베개를 뒤집어쓰고

잠의 요정 올레를 불러 본다

수백 수천 마리 양들이

목장을 넘나들 무렵

가는 햇살이 블라인드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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