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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광석 Oct 13. 2024

오륙도 등대*

2024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

    

폭탄 터지는 뜨거운 여름

그날따라 거센 파도가 일었는데  

        

두 손 두 발 묶인 채 서너 사람 굴비처럼 엮여

바다로 떨어지는 사람들

딱콩딱콩 총소리가 들릴 때마다

늘어진 채 바다로 던져지는 사람들

거친 파도에 떠오르지 못하고 

깊은 바다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 

         

끔찍한 배 위에서 담배를 나눠 태운 사람을

사람의 목숨을 장난치듯 던져 버리는 경찰을

파도 위에서 외치는 아우성을 구경하는 군인을 

         

배 난간에서 떨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을

그들이 빨려 들어간 바다를

붉게 변했다가 사라진 파도를      

    

등화에 새겨 넣었습니다        

  

전설이 되어 버린 숨은 이야기

해변에서 바라보는 여행자들은

아무도 모르지만 

오래도록 서 있을 나는

그들을 기억합니다          


*한국전쟁 초 부산시 남구 용호동 오륙도 인근 해상에서 국민 보도 연맹원 등이 집단 학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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