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
폭탄 터지는 뜨거운 여름
그날따라 거센 파도가 일었는데
두 손 두 발 묶인 채 서너 사람 굴비처럼 엮여
바다로 떨어지는 사람들
딱콩딱콩 총소리가 들릴 때마다
늘어진 채 바다로 던져지는 사람들
거친 파도에 떠오르지 못하고
깊은 바다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
끔찍한 배 위에서 담배를 나눠 태운 사람을
사람의 목숨을 장난치듯 던져 버리는 경찰을
파도 위에서 외치는 아우성을 구경하는 군인을
배 난간에서 떨고 있던 사람들의 얼굴을
그들이 빨려 들어간 바다를
붉게 변했다가 사라진 파도를
등화에 새겨 넣었습니다
전설이 되어 버린 숨은 이야기
해변에서 바라보는 여행자들은
아무도 모르지만
오래도록 서 있을 나는
그들을 기억합니다
*한국전쟁 초 부산시 남구 용호동 오륙도 인근 해상에서 국민 보도 연맹원 등이 집단 학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