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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광석 Oct 13. 2024

즐거운 제삿날

2024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

     

이른 추위가 찾아올 적 

한라산에 첫눈이 내릴 적 

집에는 제사상이 차려졌다   

   

저녁 내내 동네를 뛰어 놀다 

밤새 눈을 비비며 

제사 끝나기를 기다리는 아이들

쏟아지는 졸음에 앉은 채 꾸벅 졸다가 

방구석에 누워 잠이 들고는 했다 

그러다가도 음복 상을 차릴 때면 

그새 일어나 상 앞에 앉고는 했다 

한 점이라도 더 먹으려 

밥 위로 올려놓는 고기 산적

어른들은 눈웃음을 짓다가도 

숨은 이야기로 수군대고는 했다   

   

제삿날이 한 달 걸러 한두 번 

해 넘어갈 동안 서너 번 지나고 나면 

설 떡국을 먹었다 

추운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한 해 두 해 지나는 동안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고 

조금씩 쌓여 가는 숨은 이야기들

제삿날마다 모여 앉았지만 

웃는 날 보다 수군대는 날들이 늘어 갔다

      

죽음으로 살아 이어지는

가족의 역사를 들려주는 자리

모여 앉은 어른들 사이

희미하게 보이는 숨은 이야기들

다시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날들이 

돌아오기까지 수십 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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