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아르코발표지원선정작
돌과 돌 사이 구멍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구멍 속을 들여다본다
무명옷의 아이들이 돌담 사이를 지나친다
구멍은 시간이 새어 나오는 틈
한 걸음 옆 구멍을 들여다본다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짐을 지고 떠나는 사람들
마을을 등진 채 걸어간다
저 너머 공간은
돌 사이에 머문 시간의 기억들
시간은 돌담을 따라 흘렀다
돌과 돌 사이를 지나쳐 가다
다시 구멍 속을 들여다본다
폐허가 된 마을이 보인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
구멍마다 보이는 무덤들
대나무들만이 곧게 지키고 있다
돌담 끄트머리에 이르러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잡풀 가득한 올레
마을의 흔적이 보인다
떠나간 아이들의 목소리가
돌담 사이로 흐르는 바람에 실려 온다
* 제주도 애월읍 봉성리에 위치했던 사라진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