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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광석 Oct 13. 2024

기억의 도시로 떠난 시인을 생각하는 밤

코코(2017, 리 언크리치)


사람은 죽어서 기억의 도시로 간대

산 사람들의 기억을 먹고 산대

추억 속에 살아가다 잊히면

투명해지며 사라진대

 

이 밤이 가기 전에 나를 기억해 줘

해가 뜨기 전에 나를 불러줘

나의 문장들을 떠올려줘

새여 바람이여 자유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나는 어디부터 사라질까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세상은 죽은 사람들을 기억하지 않겠지

 

족지골 중족골 비골 경골 순서대로 사라질 거예요 아래서부터 사라져가는 스릴 아오 하체가 다 사라지면 텅 빈 엉덩이에서부터 체액과 혈액이 조금씩 빠져 사라져갈 거예요 충격적인 비주얼을 뽐내며 희미해져가는 동안 배가 터지도록 부어오른 이 거리*를 날아다닐 거예요 주렁주렁 내장들을 날리며 날아가요 아오 누구한테도 잊히지 않을 명장면 아오 기억을 먹고 살 수만 있다면 추억의 도시에서 살아갈 수만 있다면 몸 전부 사라져도 반짝이는 머리 하나만 남아도 되요

 

서서히 투명해져가다 마지막

활활 타오르는 불이 되었다가 사그라지면

그때 나는 한줄의 시가 됩니다*

 

 

*고 김남주 시인의 싯구절을 일부 차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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