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보내는 사랑

일상. 사랑의 감성 테마 에세이

by 정하

택배로 보내는 사랑


대학 졸업과 군 복무를 마친 뒤 곧바로 서울로 올라간 아들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만 6년이 되었다.


아들은 스스로 앞가림을 하는 편이다.

대학 2학년 초부터 약대 입학을 목표로

방학 동안 잠시 고시원에서 PEET를 준비했는데,

그 몰입이 대단했다.

밤 12시 이전에는 휴대폰을 꺼 두어 통화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약학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아들은

카페 알바, 과외 교사, 학원 강사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다.

공부에만 전념하라고 해도,

아르바이트 경험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된다며

졸업할 때까지 경험에 투자하는 것을 놓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전공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 장학금은 꾸준히 받았다.


서울에 올라와 잠시 이모 집에 머문 뒤,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자

오피스텔을 얻어 자취를 시작했다.

언제나 건강을 염려하는 엄마에게 아들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나를 안심시켰지만 걱정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직장에서도 타고난 성실함으로 밤늦도록 일하는 날이 많았다.

“일도 좋지만, 청춘의 시간을 좀 더 즐기며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해도 아들은 다 인생 계획이 있다면서

차분히 시드머니를 모으고 있었다.


그래서 몇 가지 약속을 했다.

건강한 식사 챙기기,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운동하기,

충분히 잠자기.


서울에서 페이 약사로 일하다가

약국장의 신뢰를 얻어 관리 약사로 일한 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가고 있다.

아침 12시경 출근하고

오후 밤늦게 퇴근하는 생활이지만

약국 운영 전반적인 것을 총괄하는 책임자라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아들에게

며칠 전 전화를 걸어

“아침은 먹었니?” 하고 물었더니 먹지 못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냉장고에 식재료는 있냐고 묻자,

늦은 퇴근 탓에 요즘은 배달 음식 시켜서 먹고 있는데

오늘은 배달이 늦어져

아침, 점심 식사를 못 하고 출근한다고 했다.


냉장고에 식재료가 거의 없고

배달 음식에 의존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먹는 문제만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왔기에

염려가 되었다.


아들이 처음 자취 생활 시작할 때, 반찬을 만들어 당일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고기볶음과 씻은 상추, 다진 마늘을 넣은 쌈장, 몇 가지 밑반찬을 보냈지만,

나중에 아들 집에 가 냉장고를 열어보니

고기만 먹고 반찬은 조금 먹고 남겨 두어, 음식 윗 부분에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엄마, 수고해서 보낸 음식인데….

죄송해요.

그런데 앞으로 음식은 보내지 마세요.

엄마가 반찬 보내주셔도,

바쁠 때는 집에서 거의 식사를 못 해요.

그리고 안 바쁘면 제가 집에서 요리해서 먹을게요”

그 말을 듣고 더는 음식을 만들어 보낼 수 없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의 고지혈증, 당뇨 환자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요즘 우리는 아침에 샐러드를 먹는데, 몸도 가볍고 좋더라.

너도 굶지 말고 샐러드라도 먹어보는 게 어떻겠니?

원하면 엄마가 재료 손질하여 일주일치 보내주고 싶구나.”


이번에도 “괜찮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올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아들은 흔쾌히 말했다.

“네, 좋아요. 보내주세요.”


아들의 변한 태도에 기분이 좋았다.

마트에서 브로콜리, 파프리카, 양배추, 사과, 방울토마토,

한우 불고기감, 표고버섯, 양파, 대파를 샀다.

채소는 씻고 데치고 썰었고,

고기는 양념해 한 주먹씩 다섯 덩어리로 나누어 냉동했다.

브로콜리와 파프리카, 양배추, 방울토마토는 가벼운 용기에 담고,

아몬드·캐슈너트·호두를 섞은 견과류 한 통과

하루 분량의 올리브오일 스틱이 담긴 상자도 담고

꿀에 재워 간 생강도 유리병에 담아 넣었다.


아침에는 멸치볶음을 만들어 스티로폼 박스에 빈틈없이 담고,

편지까지 써서 택배박스를 완성했다.

그 모습을 본 딸이 말했다.


“와, 엄마. 이건 사랑이네요.

감동의 선물이에요.

동생이 꼭 샐러드 식사를 했으면 좋겠어요.”


어젯밤 늦게까지 음식 손질을 하면서도

이걸 과연 아들이 먹을까

염려를 하면서도

엄마의 정성을 헤아려 잘 먹어주길 바랐다.


그 바람을 품고 아침 9시 전에 우체국에 가 택배를 부쳤다.


바쁘다는 탓으로 소홀히 했던 식사 문제,

이제는 영양이 풍부한 음식과 건강한 샐러드 등을

스스로 만들어 먹으면서

삶의 가장 소중한 자존을 세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들이 스스로 음식을 만들어 먹기까지

원한다면,

당분간 택배를 보내는 수고쯤은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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