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이의 노트

교단 에세이

by 정하

지원이의 노트


2020년, 코로나가 발생한 첫 해.

나는 해맑은 어린 소녀와 소년들 스물네 명을 마지막 제자들로 만났다.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바이러스로 세계가 공포에 떨던 시기,

우리는 교사로서 생애 처음 겪는 일들을 연이어 마주해야 했다.

3월 2일 입학과 개학이라는 상궤가 무너지고,

사상 최초의 4월 입학이 이루어졌다.


재택학습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학생들을 교실에서 만날 수 없었다.

좁은 화면 속에서,

‘줌’이라는 매체로 출석을 확인하고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원격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그때,

원격수업을 나의 기대보다 훨씬 성실하게 수행하던 한 학생이 있었다.

네이버 오피스폼으로 과제를 받아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영어 수업 후, 글 한 편을 제출하는 과제가 있었다.

그 학생은 안토니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다룬

『바르셀로나』를 읽고 글을 썼다.

과제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문장이 있다고

영어 교사가 내용을 보여 주었다.


Someday, I must visit this place.

Today, I was praised by my homeroom teacher.

I am very proud of the praise,

and she told me that it would be helpful if I visit Spain.


원격수업할 때 나는 독서 활동을 많이 강조했다.

전화 상담을 주로 하다가도

어려움이 감지되는 학생이 있으면

직접 가정방문을 하거나

카페에서 만나 여러 차례 상담을 했다.


“지원아, 재택학습이라 조금은 부담이 덜하지?

요즘 무슨 책 읽고 있니?”

“샘, 덕분에 책 많이 읽고 있어요.

요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관한

『바르셀로나』라는 책 읽고 있어요.”


“그러니? 좋은 책 읽고 있구나.

안토니 가우디 대단한 분이지?

샘, 작년에 스페인에 다녀왔단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해질녘에 들어갔는데,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석양의 빛살이 성당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더라.

정말 멋있었어.”


바르셀로나 주민들의 기부로 지어지고 있으며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라

가이드는 그때 다시 여행을 오라고 했다는 말까지 나눴다.


그 이야기를 듣던 지원이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샘, 그때면 저 대학교 1학년이에요.

꼭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받고,

알바도 해서 스페인에 가보고 싶어요.”


“그래, 거기서 샘과 다시 만나면 정말 극적이겠구나.”

나는 따뜻한 칭찬을 건넸다.


세월이 흘러 작년 말,

지원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샘, 저 국립대학교 사범대 합격했어요.”


열심히 공부한 결과를

자랑스럽게 전하는 목소리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완공은

코로나 등 여러 이유로 늦어진다고 한다.

그래도 지원이의 꿈은

그날을 향하여 나아갈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 가슴에 품었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장학금도 받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지원이는 새로운 땅을 한 걸음씩

부푼 가슴으로 디딜 것이다.


멋진 출발선에 있는 제자에게

나는 박수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원이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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