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그리움의 감성 테마시

by 정하

우물


마음 깊숙이에

우물 하나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우물은 캄캄했다.


전설의 물고기 한 마리 있어

은빛 지느러미를 흔들며

유유히 물살 치는 소리가

불면의 밤이면

아련하게 들려왔다.


별빛이 쏟아지던 밤,

유성우가 긴 꼬리를 흘리며 내리던 날

물살 소리는 유난히 또렷했고


뻐끔거리며 올라온 거품들이

수면 위에서 터지며

파문이 멀리 퍼져 갔다.


검은 물빛이 흔들릴 때마다

파편처럼 흩어졌던 기억들이

조용히 모여들더니


생각의 지층을 뚫고

아득히 먼 곳에서

희미한 가락 하나 흘러 나왔다.


아,

그것은 오래전

나를 부르던 목소리,


언어 이전의 파문으로

내 심장에 먼저 와 있었던

인기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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