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붙잡고 싶은 것들

가을 연작시 3편

by 정하


가을 저녁
붉은 빛이 오래된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때면,

나는 문득,
놓치지 말아야 했던 것들이
한꺼번에 달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내가 잃어버린 이름들,
흐릿해진 얼굴들,
가슴 깊은 곳에서
한 번도 제대로 붙들어보지 못하고
허공에 날려버린 순간들이
붉은 빛결 위에서
서늘하게 되살아난다.

그 말,
그 표정,
그 손끝의 미세한 떨림 하나까지도
가을의 투명한 바람을 타고
형체를 되찾는다.

나는 그때 알지 못했다.
기억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떠나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을.

붙잡고 싶었으나
끝내 잡지 못한 많은 것들이
내 안에서
한꺼번에 빛을 내며 모습을 드러낼 때,

가을은
나를 향해
가만히 묻는다.

“지금이라도,
너는 무엇을 붙잡고 싶은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숨을 삼키며
내 깊은 곳에 잠든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 쥔다.

사라지는 것을 기록하는 일—
그것이 내가 지금
온 마음으로 붙잡고 싶은
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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