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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천경마 Aug 12. 2021

스리랑카 보트피플

2015.03.24

어느덧 스리랑카 생활도 일 년을 맞이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쯤 처음 스리랑카 땅을 밟았었는데 '벌써' 그리고 '이제야' 일 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일 년을 살아본 타국의 일상 중에 한 가지 즐거운 것은 관광객보다 현지의 일상을 좀 더 깊게 볼 수 있다는 점인데 일 년 전 콜롬보에서 인터넷을 할 때는 유튜브나 기타 구글 광고의 알고리즘이 보편적인 예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내용의 광고들이었다면 (콜롬보에 새로 생긴 쇼핑몰이나 핸드폰 통신사 광고) 암파라 임지로 부임하고 나서 재생되는 유튜브 광고들이 조금 이색적이었다   



유튜브 동영상 재생 전 광고 페이지가 호주 정부에서 운영하는 공익광고였는데 심지어 이들은 타밀어 더빙을 하여 이 지역 동영상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비자 없이 호주에 오지 말라는 밀입국 방지에 대한 광고를 진행하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싱할라어를 귀동냥 수준으로 듣는 나에게 타밀어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이해 못했지만 그림에서 강력하게 보여주듯 '오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 


이런 호주 정부의 노력은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뜨거운 시선과 별개로  자국민들의 외국인 불법입국 정책을 반대하는 여론에서 기인한다 (2001년 존 하워드 총리는 호주 인근에서 난파된 스리랑카 난민들을 입국 거부시켰고 국제사회의 뜨거운 시선을 뒤로한 채 이 조치를 통하여 총선 승리에 성공한다) 이후에도 호주는 난민을 자국민 본토에 들여놓지 않는 정책은 일관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암파라에서 칼무나이 가는 길, 카라이티브 삼거리에 위치한 타밀어 광고판


광고의 내용은 대충 봐도 오지 말라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 있다 오프라인 광고는 이것 말고도 아이들의 활동력을 이용한 신기한 모양의 스티커를 대량으로 무료 배포하는데 일 년에 2회 정도 실로 어마어마한 양의 여기저기에 붙일 수 있는 홍보 스티커를 배포함으로써 스리랑카 보트피플의 출발을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밀입국을 시도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타밀인들이다 내전이 이루어질 때는 열악한 삶과 전쟁을 피해서, 내전이 끝나고 나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작디작은 고깃배를 타고 호주로 떠난다 현지 노동자 4년 치 급여에 해당하는 100만 루피 (한화 약 800만 원)에 해당하는 밀입국 비용과 밀입국을 끝까지 책임져주지 않는 위험성을 안고 스리랑카 서부 해안에서 출발하는 어선은 호주 본토까지 한 달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이런 난민의 부작용으로 일반인이 고깃배를 빌려서 진행하는 바다낚시 역시 불가능하다 인도양은 참치의 산지로 유명한데 이러한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통제로 인해서 스리랑카 해경은 동부지역 어항 - 올루빌, 뽀뚜빌, 트링코말리 등에 강력한 어항 통제조치를 진행 중이고 어업 면허가 없는 사람은 고깃배에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심지어 타고 온 배상태가 좋은 난민 보트인 경우 호주 해경은 연료와 식량을 채워주고 돌려보내기도 한다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었는데 배를 강제로 돌려서 왔던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 심정이 과연 어떠할지.. 암파라와 칼무나이, 타밀과 싱할라의 경계선 싱할라 사람들은 맨날 스리랑카를 살기 좋다고 말하는데 타밀 사람들은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절이 싫어 길을 나섰는데 갈 곳이 없다 

타밀.. 타밀... 타밀 디아스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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