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의 사건

침입자

by 레몬향품은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시느라 집이 자주 비어 있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들이 많았다. 그래도 울지 않고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였다.


오빠들의 신발 짝을 맞추며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조용하고 잘 웃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진.


부산에서 자취를 하는 오빠들을 남겨두고, 아버지의 직업에 따라 엄마와 나는 자주 이사를 다녔다.

새로 이사한 집은 대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이 많고 이웃끼리 교류를 많이 하는 곳이었다.


마당으로 들어가는 입구까지는 돌로 만든 담벼락이 양쪽으로 쌓여 있었고, 연못과 줄지어 선 연잎, 개구리들이 뛰어다닐 것 같은 돌길을 50m 정도 걸어가야 했다.


그 길 끝에는 넓은 마당과 큰 기와집이 있었다. 왼쪽에는 텃밭이라기엔 너무나도 넓은 밭이 있었고, 오른쪽에는 백구가 지키고 있는 개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백구의 집 너머로는 빽빽한 대나무 밭과 이웃집의 돌담이 이어졌다. 이웃집과는 가족처럼 가까워서 종종 서로 집을 오갔지만, 그날의 사건은 그 돌담에서 시작되었다.

TV와 라디오만 있으면 혼자서 늦은 시간까지 혼자서도 잘 있고, 어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새벽 일찍 출근하고 늦은 밤 퇴근하는 부모님 덕에 어둠 속에서도 혼자 잘 놀고 잠드는 법을 익혔다.

그러나 어느 토요일 밤, 엄마는 부산에 있는 오빠들에게 반찬을 해 주러 가시며

"오늘 막내오빠가 올 거야"라는 말을 남기셨다.

나는 오빠를 기다리며 TV를 보다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 투두둑 투두둑하는 소리에 잠이 깼다.

'오빠가 왔나?'

하지만 발소리는 오빠가 내는 소리치고는 너무 굵고 무거웠다.

방문을 열려다 멈춘 나는 섬뜩한 기분에 뒤로 물러섰다.

밝은 보름달 아래 방문 밖으로 비친 그림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사슴 같기도 하고 염소 같기도 한데, 너무 커다란 뿔 모양이었다.

그림자는 천천히 움직이며 마당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뭐지? 나가서 확인해 볼까? 아니면 문을 잠그고 그냥 버틸까?'


호기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는 용기를 냈다.

"누구야!"

방문을 있는 힘껏 열어젖히며 소리쳤다.

그 순간, 덩치가 산처럼 큰 검은 소가 마당 한가운데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소는 뜨거운 숨결을 뿜으며 앞발을 쿵쿵 구르더니 갑자기 이리저리 마당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악!"

놀란 나는 고함을 질렀고, 그 순간 소가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달빛에 반짝이는 뿔과 그 거대한 몸집에 심장이 멎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나는 다시 소리를 질렀고, 소란에 이웃집 아주머니가 돌담 위로 사다리를 놓고 내려왔다.

아주머니는 서둘러 소를 끌고 갔다.

그날 이후로 나는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특히 엄마가 없는 토요일이면 학교조차 가지 못하고, 책상 밑에 숨어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 시절에는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야 했었다.) 어린 나에게 그날의 일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래서인지, 반백 년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당시의 감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리고 아직도 의문이 생긴다.

'소는 어떻게 우리 집 마당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웃집 대문은 닫혀 있었고, 담벼락을 넘어서 오지 않았다면 올 수 없는 위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소엔 50m 전부터 발자국 소리만으로도 주인과 외부인을 구별하며 짖어대던 백구는, 그날 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을까? 아직도 모든 게 의문으로 남아 있다.


현실이었음에도 내가 그때 꿈을 꾼 것인가 하는 생각이 있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 나의 기억이 흐릿해져서 잘 못 입력된 기억인가 하는 생각도 한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생생했던 그날의 기억이다.

잘 못 입력된 기억이라면 어쩌면 다행일 텐데...

난 그날 이후, 밤에 혼자 있는 시간들을 두려워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잠 못 드는 밤이면 더욱. 어쩌면 '소'라는 침입자가 조용히 들어와 나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