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과 미움

이어진 시련

by 레몬향품은

20세가 되던 해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갖고 싶은 것이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기에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일을 해야 했다. 레스토랑, 카페에서 일을 했다. 가끔씩 같은 학교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즐거웠다.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서 직장을 갈 땐, 부모님께 돈을 많이 벌어서 효도하고 싶었다.


3교대 근무. 때론 철야 근무. 돈을 벌기 위해 최대한 할 수 있는 근무들은 모두 했다. 어린 나이에 만질 수 없을 만큼 돈은 많이 벌었다. 힘들었으나 일한 만큼 대가가 높아서 좋았다. 그런 마음도 모르고 다시 찾아온 시련.


"위염이 오래되어서 위궤양이 왔어요"

"아... 네."

"더 심해지면 위험하니까 약을 꾸준히 드시고, 휴식을 하셔야 될 것 같습니다."

잠을 안 자고 동료들과 밤을 새우는 날이 많았다. 늦은 시간에 다 같이 음식을 먹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가끔 소화가 안 되고 속이 쓰린 날들이 있었다. 소화가 안 되면 소화제를 먹으며 지냈고, 쓰리고 아프면 배가 고픈 것이라 생각하고 음식을 더 섭취했다. 미련한 생각임을 알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 어쩜 이리도 미련할까.


"환자분! 이가 이렇게 썩을 동안 몰랐어요? 통증이 심했을 텐데요?"

"네! 몰랐어요. 가끔씩 아프긴 했는데, 병원 올 시간이 없었어요."

"잇몸도 많이 상해서 치료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어요."

"네! 안 아프게 해 주세요."

지나치게 열심히 살아온 덕분인 건지, 아니면 미련한 내 문제인 건지, 아픈 곳이 하나 둘 늘어만 갔다.


'이게 뭔가? 내가 바라던 삶은 이게 아닌데...'

입사한 지 3년이 되던 해부터 무언가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함께 입사한 친구가 하나 둘 퇴사를 하고, 숙소를 같이 쓰던 친구가 카드를 쓰고는 연락 두절. 손꼽을 정도로 친했던 친구는 호박씨. 배신감에 허탈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첫 연인이었던, 제대하면 결혼하자던 사람은, 말년 휴가를 남겨두고 군대에서 군화를 거꾸로 신었다.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다. 곁으론 강인한 여자였으나, 누구보다 여린 여자였다. 그런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이 정말 싫었다. 담담하고 싶었으나. 슬픔은 계속 깊은 웅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늘어만 가는 병과 슬픔을 견디기 힘들어 입사한 지 5년이 되던 해에 퇴사를 했다. 퇴사 후, 거의 일 년 동안 치료와 약을 복용해야 했다. 약 봉투를 보면 구토가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그 와중에도 난 다른 일을 찾았다. 몸이 힘들면 잡념을 잊을 수 있어 좋았다. 견딜 수 없었던 건 정신적인 문제였다.


사람을 좋아하고 어울림을 좋아하던 나의 20대가 슬픔으로 물든 시간들이었다. 모두가 철이 없던 시절이었기에,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것인 줄도 몰랐던 것 같다. 삶에 있어 인간관계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내 가치관에 있어도 가장 중요한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여러 해 동안 사람들과 연락을 끊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오랜 시간 많이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원망과 미움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날 아프게 한 너희들 잘 살고 있니?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정말 궁금하다'

원망이 많았던 시절을 지나, 가끔 궁금함이 생기곤 한다. 그건 아마도 아픔의 경험들이 쌓여 얻은 지혜가 많아서 일 것이다.


이전 02화첫 번째 시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