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간을 날아와 작은 비행기의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가 먼저 나를 안았다. 낯선 공항의 불빛도 그 순간만큼은 낯설지 않았다. 차창 밖으로 밤이 잔잔히 흘러간다. 가로등 아래 스쳐 가는 풍경들은 처음 보는 얼굴이면서도 어딘가 오래 알고 지낸 듯 부드럽게 나를 바라본다.
길은 깊은 어둠 속을 달리지만 그 속에는 묘한 온기가 있었다. 멀고 먼 곳에 와 있는 내가 마치 돌아온 사람처럼 낯설음보다 편안함을 먼저 느끼는 그런 기적 같은 순간이었다. 이어지는 길 끝에서 만난 사람들, 처음 보는 이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따뜻한 미소로 손을 내민다. 그들의 눈빛에는 반가움과 환대가 설명할 수 없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미소 속에서 오랜 그리움 하나가 조용히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세상 어딘가에는 한 번도 와 본 적 없어도 내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곳이 있고 처음 만난 사이에도 가족처럼 마음을 채워주는 이들이 있었다.
길게 날아와 도착한 이 낯선 섬에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사람이 주는 따뜻함은 언어도 시간도 거리도 모두 초월해 버린다는 사실을. 이 밤, 세부는 그저 낯선 여행지가 아니라 내 마음의 또 하나의 집이 되어 조용히 나를 품어주고 있었다.
이튿날, 자동차 안에서 창문을 활짝 열고 바다를 바라보며 먹었던 케밥, 그 순간만큼은 어떤 멋진 레스토랑보다 특별했다. 불향이 가득한 따뜻한 케밥과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어울리며 그 자체가 여행의 맛이 되어 주었다. 움직이는 차 안에서 흔들리는 바다를 배경 삼아 한 숟갈 입에 넣은 그 느낌은 지금 떠올려도 웃음이 날 만큼 자유롭고 즐거웠다.
저녁이 되어 가족들과 함께 찾은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테이블을 가득 채운 해산물 세트 메뉴는 눈으로 보기에 풍성했고 한 가지씩 맛볼 때마다 바다의 깊은 향이 입 안에 퍼졌다. 탱글한 새우, 바삭한 생선, 부드럽게 구워진 가리비까지 모든 음식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나누던 대화와 웃음이 더해져 그저 맛있는 식사가 아니라 오래 남을 추억이 되었다.
하루의 소박한 순간과 특별한 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여행은 그렇게 하나의 기억을 마음속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