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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Apr 01. 2024

‘사마귀 형제 죽이기’ 미션 클리어!

발이 묶였다. 발은 붕대로 감아져 있고 발바닥은 욱신욱신! 걸음은 절둑절둑! 

수년을 양쪽 발바닥에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어서 나와 함께 온 세상을 누비며 동고동락하던 사마귀 형제를 진즉부터 죽이기 위해 병원 문 앞까지 갔다가 몇 번이나 망설이며 돌아섰는데 오늘은 드디어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큰 맘? 먹고 굳은 결심까지 하고 나서 피부과 문을 두드리고 두려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침대에 누웠다. 

나는 의사선생님께 작은 놈?부터 손 봐주자고 말씀드렸지만  ‘양쪽 발 앞 뒤로 있는 

데다가 크기가 달라서 둘 다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으니 일단 큰 놈부터 처치해야 

한다’고 하셨다. 

사실은 몇 달 전에, 다른 병원에서 사마귀 주변에 주사기로 수차례 약을 넣어 서서히 

죽게 만드는 시술?도 세번이나 받았는데 내가 그동안 너무 잘 키워준 덕분에 의리?를 지킨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한 몸이라는 심정으로 죽어도 떨어지기 싫어서였는지 

사마귀 형제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없어지는 듯 했다가 남아있는 질긴 생명력을 부여잡고 또 다시 똑같은 크기 그대로 멀쩡하게 살아나고 말았다. 


최근에 무릎통증이 있어서 큰 병원에 갔더니 일단 2주 정도 약물 치료를 해보자고 하셨는데 걷는 운동도 줄일 겸 차일피일 미루고 미뤄왔던 ‘사마귀 형제 죽이기’ 미션을 드디어 시도했다.

올해는 나도 버킷리스트에 있는 산에 오를 큰 목표를 품고 있어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사마귀 형제와 기필코 생이별?!을 감행하고 가볍게 오르고픈 마음에 다시 병원의 제물이 된 것이다. 


왕눈이 사마귀 말고 또 다른 꼬맹이 사마귀는  ‘왕눈이 사마귀가 사라지면 꼬맹이도 

지레 겁먹고 알아서 사라져주지 않을까’ 미리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었는데 의사선생님 말씀이 ‘절대 사마귀를 얕보지 말라’고 하셨다. 이미 몇 달 전에 눈물이 찔끔 날만큼 

오지게 아픈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틀린 말씀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나머지 발바닥에 여러 번 주사를 놓고 같은 방법으로 떼어낼 생각을 하니 내가 먼저 무섭고 아파서 멀리멀리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왕눈이 사마귀를 떼어낸 곳이 많이 부어서 욱신거리고 아프긴 하지만 며칠 지나니 생각보다 참을 만했다. 다만 내 마음대로 걸을 수도, 속도를 낼 수도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젊었을 때처럼 바삐 다니고 오래 걷다 보면 예전 같지 않게 발도 무척 힘들어한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내가 가는 곳마다 아무 불평 불만?없이 묵묵히 잘 따라와 준 나의 고생한 발에 대해 당연하다는 듯이 발의 노고를 제대로 알아 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프거나 다칠 때만 겨우 신경 쓰게 되는 나의 발에게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느림의 미학을 알고 여유를 느끼는 습관을 갖도록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  


이번엔 정말로 왕눈이 사마귀와 잘 헤어지고 남은 꼬맹이 사마귀도 또 다시 보지 말고 다른 곳?에 가서 잘 살면 좋겠다. 

꼬맹이 사마귀! 너 거기서 딱 기다렷~ 다 죽었쓰~~!


혹시 사마귀로 고생하시는 분이 있다면 아프지 않더라도 내 몸에 붙이고 다니는 것은 전혀(네버) 하나도 도움이 안되니 절대 키우지 마시고 미련 없이 병원 방문하셔서 하루라도 빨리 빠이빠이~ 하시길 추천한다.          


P.S 사마귀와 티눈의 구별 방법 

사마귀: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의 한 종류로 주위로 계속 번지는 특징이 있고 표면의 각질을 깎았을때 아주 작은 크기의 검붉은 점상 출혈이 있으면 사마귀를 의심해야 한다.     

티눈: 굳은살의 일종으로 피부에 지속적인 마찰이나 과도한 압력이 가해지면 각질층이 두껍게 변하는 것을 말한다.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전염성은 없으나 통증이 심하면서 사마귀에 비해 볼록 튀어 나온 원뿔 모양의 핵이 보이면 티눈을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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