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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Apr 02. 2024

고구마 말랭이 만들기 도전!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방송에서 정말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아도 별로 관심이 없다. 평상시에 과일도 꺼내 먹기 귀찮아서 냉장고 안에서 썩는 경우가 다반사일 정도로 

음식쪽으로는 젬병이다. 오죽하면 하루에 두끼만 먹는다던지 아니면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었다가 며칠동안 두고두고 소화시키는 동물이 부러울 정도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맛집을 다녀와도 딱히 기억에 남는 맛집도 없고 

길눈이 어두워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 다 잊어버려서 누가 맛집 추천 해 달라는 질문이 가장 어렵게 생각된다. 


집에서도 반찬이나 요리는 주로 남편이 담당하는데 지난 겨울, 우연히 지인이 찐고구마를 챙겨주었다. 양이 많았는데 애들도 모두 타지에 있고 먹을 사람이 없어서 버려야 할 상황이 되었기에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아까운 음식 버리면 벌 받을 것 같아 

내 생전 처음 고구마 말랭이 만드는 일을 도전 해 봤다. 

대충~ 잘라서 대충~ 말려봤더니 생각보다 맛이 좋았다. 남겨두었다가 오랜만에 집에 온 딸아이에게 주었더니 간식거리로 너무 맛있다며 다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이런 기분? 처음이다. 고구마 말랭이 만들기!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딸아이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아들도 가져가겠다고 하니 공들이는 시간과 양이 두 배로 늘어나고 말았다.

퇴근하는 길에 고구마 한 봉지를 사서 큰 냄비에 들어갈 만큼의 양을 삶고 식혔다가 얇게 썰어서 쟁반에 반듯하게 펴고 나면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 

최근에 날씨가 쌀쌀해서 저녁엔 온풍기 바람에 말리고, 따스한 햇볕이 나는 날에는 

베란다 창가에 널어놓고, 구름이 가득한 흐린 날에는 보일러 라인이 지나가는 제일 

따뜻한 씽크대 앞쪽에 나란히 널어놓고 나면 준비 끝~ 

귀찮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해서 건조기를 살까 검색도 해 봤지만 소음도 많이 나고 

전기세도 많이 나온다고 해서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 열심히 만들어보기로 했다. 오히려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하나씩 하나씩 뒤집어 가며 차분히 말랭이를 말리다 보니 마음에 여유도 생기는 것 갖고 내가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고 있다는 과정에서 뿌듯함도 느껴지고 여러 면에서 색다른 느낌을 갖게 되었다. 

특히, 내 자식들이 심심할 때나 배고플 때 엄마 생각하면서 꺼내어 먹는다고 생각하니 대충할 수가 없었다. 하나하나 먼지라도 묻을까 후후 불어가며 정성스럽게 꼿꼿하게 말리는 일이 이제는 일상의 취미가 되어 버렸다. 


부모의 마음이 원래 이런 것인지 타 지역에 있어서 요리는 매일 못 해줘도 말랭이라도 좋아 해주니 힘들다는 생각보다 아이들이 좋아 할 생각에 또 다시 고구마 봉지를 사들고 들어오게 된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우리 부모님도 이런 마음으로 나를 키워주셨겠지’ 싶어 돌아가신 부모님도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좀 더 일찍 말랭이 만드는 방법을 알았다면 살아계실 때 조금 더 많이 구입해서 부모님께도 만들어 드리고 부모님 좋아하시는 모습도 더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역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니 못해 드린 것만 생각나고 또 한번 많이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 


비록 삐뚤빼뚤 못 생겼지만 내년에도 고구마 봉지 몽땅 사다가 겨울 내내 열심히 말랭이를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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