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고!
아나바다 운동은 IMF이후 어려운 경제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관공서와 온 국민들이 중심이 되어 환경운동과 물자절약을 실천했던 캠페인으로 그 뜻은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이다.
최근에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단설유치원)에서 유아들 대상으로 아나바다 장터를 추진했다. 아이들이 쓰지 않는 장난감이나 옷, 책, 문구 등을 모으고, 가정에서는 직접 재배한 농산물이나 사용하지 않는 생활용품을, 직원들에게도 재활용할만한 물건들을 기부 받았다. 나도 한때 팔랑거리며 입고 다니다가 이 나이에 눈치 보지 않고 입기에는 애매하고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박스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던 짧은 치마와 반바지, 셔츠 등을 이제는 '안녕'을 고하며 깨끗하게 세탁하여 기부했다.
진열 물품 중에는 아직 태그를 떼지 않은 성인 옷도 있었고 유아용 소변기(로켓 모양)부터 장난감, 신발, 공주 머리띠 등 손자라도 있으면 챙겨서 갖다 주고 싶을 만큼 다양하고 예쁜 물건들이 많았다. 어느 직원은 발을 줄여서라도 신고 싶다던 유아용 가죽 부츠를 무척 탐냈었는데 결국 임자는 따로 있었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아나바다 장터를 알리고 지역 특산물을 알아보고 구입해 보는 경험을 교육시키는 의미로 해남 고구마, 영암 파프리카, 영광 모시떡, 무안 양파, 장흥 표고버섯, 보성 감자 등을 구입해서 부스를 별도로 운영했다. 작년에도 비슷하게 추진을 했었는데 올해와 다른 점은, 어머님들이 직접 오셔서 물건들을 소분하고 정리해 주고 당일 날에는 하루 종일 판매해 주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나눠주셔서 많이 감사했다.
아이들에게는 사전에 동전지갑과 장바구니를 나눠주고 가정에서 실천해야 할 약속 - 예를 들어, 심부름이나 신발 정리하기 또는 식사 전 수저세트 놓기 등 - 집에서 착한 일을 하고 난 후 5천원 정도의 용돈을 모아서 가지고 오도록 미리 학부모에게 안내하고 어떤 물품을 구입할지 부모님과 먼저 의논해 보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진열품들을 구경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건을 고르고 한 가득 담은 가방을 끌고, 등에 지고 다니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재미있었다. 생뚱맞게 단호박이나 고구마를 고른 아이도 있었는데 "이게 뭔지 알아?" 하고 물었더니 고개를 끄덕하며 엄마가 좋아하는 거라고 했다. 너무 기특했다!
아나바다 행사는 우선, 유아들이 아나바다의 의미를 이해하고 학습하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었고 가정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재활용하거나 정리하는 기쁨과 그것을 다시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서 한 번 더 잘 사용하는 의미도 있으며 또한 지역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일석 여러조?의 효과가 있으니 참으로 훈훈하고 아름다운 행사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파프리카를 파시는 영암 사장님께서는 아이들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행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며 실제 가격보다 물품을 넉넉하게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아나바다 행사로 거두어들인 수익금은 유아들과 협의하여 연말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팔리지 않은 물품들을 어떻게 정리할까? 궁금해 하던 중 우리 지역에 '아름다운 가게'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나바다 행사 이후 남은 옷이나 생활용품 등은 모두 모아서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면 또 다시 재활용된다고 했다.
유아들의 장보기가 모두 끝나고 4시 이후에는 학부모와 교직원에게도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거의 다 끝나가는 분위기라서 직원들에게까지 살만한 물건이 남아있을까 약간 걱정했는데 다행히 옷이나 생활용품 등 생각지도 못한 물품을 득템하는 행운도 가졌다. 특히 요즘 채소 값이 너무 올라 부담되었는데 다시마와 싱싱한 파프리카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의류도 한 장에 무조건 천원이라고 하니 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셔츠나 스카프는 거저라고 생각하고 그냥 집어 들었다. 남을 돕기도 하고 나 역시 필요한 물품들을 선택하고 기분 좋게 장을 본 것 같아 아주 만족스러웠다.
나도 이번 기회에 옷장을 정리한다고 했는데 버리는 옷보다 가져온 옷이 더 많아져서 한동안은 옷 고민하지 않고 따뜻하게 잘 보낼 수 있을것 같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이나 서랍을 정리하게 되면 버리는 것들이 많아져서 한편으로는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이참에 좋은 정보도 얻었으니 이번 기회를 계기로 쓰지 않는 물품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좀 더 신경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