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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솜이불

by 바람꽃

오랜만에 온 세상이 순백으로 물들었습니다.

햇살 환한 창문 밖으로 밤새 새하얗게 뒤덮어놓은

반짝이는 눈꽃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릴 적 친정엄마가 내어주던

두툼한 솜이불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하얀색 안감은 색이 바래서 누런색에 가까웠지만

꽃자수 정성스럽게 수 놓아진 곱디고운 진한 자주색 겉감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KakaoTalk_20250108_091216963.png 당근마켓 이미지

아침이면 개었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꺼내야하는

조금은 번거롭고 무거웠던 기억 저편에

엄마 팔을 베개 삼아 온기를 나누고 비밀을 속삭이다가

결국엔 웃풍을 피해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던

까마득한 잿빛 추억을 잠시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시 하나...................



까만 동장군 밤새 깨어

시린 바람 사이로

하얀 눈꽃을 뿌려놓으니

온 천지가 순백이 되었다


어릴 적 비좁은 방안을 맴돌던

싸늘한 웃풍을 피해

머리 끝까지 한 줌 끌어올린

새하얀 솜이불이 문득 떠올랐다


엄마의 따스한 체온을 나눴던

몽글몽글한 솜이불 속에서

작은 등을 다독이던 투박한 손길은

나의 잠꼬대와 함께 꿈 속을 내달렸다


장롱 속에 켜켜이 쌓인

누비 솜이불의 아련한 추억이

가벼운 솜털 이불보다

살갑게 더욱 그리워진다


눈부신 햇살 속에 똑똑 떨어지는

맑은 눈 물방울들이 날씬한 나뭇가지에

반짝이며 머무르는 동안

먼 길 떠나신 엄마의 미소가 잔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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