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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by 바람꽃

오래 전, 어느 방송 개그에 '감사합니다' 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세상에는 감사할 일이 참 많다'는 토크로 시작되는데 그때는 그냥 유행어처럼 따라하고 아무생각 없이 보면서 웃고 즐기는 정도였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다시 되새겨보니 그 문장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내포하며 일상에 지친 나를 일으켜 세우는 긍정적인 힘을 갖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지난 몇 해 동안 스트레스로 인한 심각한 탈모와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 수술까지 할 뻔한 어깨와 무릎 통증 등 여러 증상들이 수시로 나타났지만 다행히 고비를 하나씩 겨우겨우 넘기고 지금은 그나마 많이 아프지 않음을 감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감 열로 인해 고막이 부어 한쪽 귀가 안들리고 목소리도 안나오고 거의 내 자신이 아닌 채로 한달 이상을 보냈는데 너무 아픈 경험을 하고 보니 별 볼 일 없는 시시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또 한 번 느끼게 되었고 가느다란 나의 두 다리로 원하는 곳을 마음껏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다.


주변에서 나를 크게 성가시게 하는 사람 없고, 세 아이들 모두 건강하고, 남편과 오붓하게 보내는 시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까맣게 잊어버리고 특별하지 않은 지루한 하루에 가끔 기운 없어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순간순간 '감사합니다'를 습관적으로 기억하려고 애쓴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으면 내가 가야할 사무실이 있고, 조금 힘들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나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들이 항상 곁에 있으며,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쉴 수 있음에 또 감사하다.

진심어린 안부를 전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다음 만남을 기약할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도 무척 감사하다.

나의 마음을 괴롭히는 불평불만을 잠시 외면하니 '생각을 조금만 달리 해도 세상에는 정말 감사할 일이 참 많다' 는 걸 깨닫게 된다.


최근까지 같이 살았던 시부모님은 거동이 불편하셔서 돌아가시기 전 까지 거의 외출도 못하시고 집에서만 대부분의 생활을 하셨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은, 안방 베란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을 보내셨고 안방에서 거실까지 겨우겨우 힘겨운 발걸음을 떼시며 '어스름한 새벽이 되면 창밖에서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을 맞이하기 위해 블라인드를 하나씩 걷어 올리시고 저녁 무렵엔 다시 내리시는 일'이 아버님의 가장 큰 일상 중 하나였다.

수 년 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반복되는 시부모님의 아주 단순한 일상을 바라보면서 우리 부부는 '죽는 날까지 내 발로 걸어 다니면서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건강하게 잘 살자'는 목표를 갖게 되었다. 26년을 함께 살면서 우리 부부도 스스로 깨닫고 배운 것도 많다.

철없는 막내아들 내외와 세 손주들 데리고 사시면서 많이 참아주시고 이해해주시고 고생해주신 시부모님께도 무척 감사하다.


매일 똑같은 해가 뜨지만 오늘은 어제와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됨에 감사하며 매 순간 하얗게 펼쳐진 새로운 도화지 위에 예쁜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도록 더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하게 지내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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