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일!
직장 동아리에서 ‘브런치 스토리’에 가입해 -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운문이든, 산문이든 원하는 대로 글을 작성해서 올리자 - 는 계획을 추진한 시점이 2024년 3월이었다.
내가 글을 써 본 경험이라고는 바로 6개월 전, 인사이동으로 전입하여 우연히 이 동아리에 가입해 - 우리 지역의 역사가 깃든 유적지에 대해 직접 방문해서 보고 느낀 점을 녹슨 머리 쥐어짜가며 겨우겨우 연습해 본 것이 고작 - 인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작가 등용문'이라 불리는 '앱'에 가입해서 글을 쓰라고 하니 '갈수록 태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장님의 추진력이 워낙 대단해서 어찌어찌 가입을 하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브런치 스토리 첫 관문에 발을 들였으나 생각처럼 호락호락 쉽게 받아들여지는 곳이 아니었다. 몇 잔의 고배를 마시고 뒤로는 성질도 내면서 정성들여 수정하고 다시 도전하기를 여러 번, 남들보다 어렵게 합격을 하고 거의 매 주마다 습관적으로 글을 올려서 1년이 조금 지난 지금은 거의 '100편'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나름 열심히 해 왔고 스스로 기특하다고 느끼고 있을 즈음, 올해는 좀 더 확장을 해서 ‘소설 쓰기’에 도전 해 보자는 회장님의 제안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 정도였다.
소설책은 나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소설 쓰기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가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는 병아리에게 당장 ‘날아라’고 하는 상황이니 정말 황당하고 암담하기만 했다.
그런데 '불도저' 같은 우리 회장님은 정말로 마음만 먹으면 해내는 사람이었다. 4월 동아리 첫 모임 때 이미 작품 하나를 어느 정도 작성해 와서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지, 회원들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할 것인지 자신의 머릿속에 청사진을 그려 놓았다.
나는 그때 독감으로 많이 아파서 귀도 잘 안들리고 몽롱한 상태라 듣는 둥 마는 둥 했었는데 우선, '6월 공직문학상 도전이 목표'라며 회원들이 1편 정도씩 간단하게라도 작성해서 공모해 보자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재촉한다고 번갯불에 콩 볶듯이 당장 소설이 ‘뚝딱’ 하고 만들어질까? 입으로는 궁시렁거리면서도 원고 마감 10일 정도 남겨 놓고 어떻게든 시도는 하고 있는데 역시 결과는 예상대로 ‘도로아미타불’이었다.
더군다나 나에게는 '매 주마다' 수업도 들어야하고 의무적으로 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았다. 1. 브런치 스토리에 글 올리기 2. 기타 동호회에서 배운 곡 연습하기 3. 캘리그라피 수채화 연습하기 4. 거기에다가 우리 직렬에서 7월에 '정년퇴직 하시는 분들의 노고와 앞날을 응원하는 시'를 최대한 빨리 써달라는 회장님의 특별 지시를 받았다. 퇴직자 송별 모임 때 동아리 홍보를 위한 이벤트 행사로 시를 발표해야하는 부담까지 나에게 떠안겼다. 5. 마지막으로, 아무리 고민해도 윤곽이 전혀 안 잡히는 소설 쓰기까지....... 소는 누가 키우지?!
회장님이 어찌나 열심히 이끄시고 솔선수범하시고 당근과 채찍을 잘 이용하시는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매일 노는 사람도 아니고 도저히 이 과제들을 다 해 낼 자신이 없는데도 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바로 ‘나’인 것 같다. 그런 나를 알아보고 부탁하셨을 거란 생각에 할 수 없이 받아들였다.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하는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지만 어차피 밑지는 장사도 아니고 해 놓으면 보람도 있을 것 같아 긍정 마인드를 갖기로 했다.
캘리그라피는 그나마 조금 미뤄도 되니 천천히 연습하기로 하고 ‘퇴직 시’를 먼저 생각나는 대로 뼈대만 대충 잡아 봤다.
엊그제 10일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시차적응 할 새도 없이 소설은 여전히 어떻게 쓸 것인지 쥐가 날 정도로 계속 잔머리를 '돌돌돌' 굴리고 있다.
글쓰기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자고 있다가도 떠오르는 문구들이 있으면 수시로 핸드폰 메모지에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꼭두새벽부터 비몽사몽한 상태로 중독자처럼 핸드폰만 붙잡고 꾸벅꾸벅 조는 일이 많아졌다.
브런치 스토리 글은 귀국하자마자 평소에 미리 습작해 놓았던 글 중 수정이 적을 것 같은 내용을 찾아 후딱 다듬어서 올렸다. 클래식 기타는 하루에 한 곡만 집중적으로 몇 번 연습해서 성의를 보이는 정도로 끝.
다들 내가 뚝딱뚝딱 쉽게 글을 쓴다고 말하지만 글 하나 겨우 올리고 나면 얼마나 진이 다 빠지는지 얼굴은 이미 빨갛게 달아올라 홍당무가 되어 있고 뒷골도 당겨 오고 눈알도 빠질 것 같은 고통을 겪는다. 얼굴의 열도 열이지만 탈모의 원인이 되는 두피 열을 식히기 위해 지친 나를 진정시키며 한참을 달래야한다.
문득, 지금 이 상황이 많은 작가님들을 여러 부작용과 함께 스트레스와 긴장에 빠지게 한다는 ‘데드라인’인가 생각 되었다. 정해진 시간 내에 모든 수고와 노력을 총 동원하여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 내야하는 인고의 시간!
나의 모든 자투리 시간을 집중해서 일단 퇴직자를 위한 - 장문의 시 - 도 마무리 했다. 나도 정년퇴직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은 나이라서 '퇴직자의 입장'에서 '오늘부터 1일' 이라는 글을 써 봤다.
(남은 일주일은 소설 쓰기에 전력 집중~~)
오늘부터 1일
이제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이 되어
처음 입어본 말끔한 정장에 어색한 모습으로
머뭇거리던 낯설은 나를 기억한다
학교 행정실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한껏 들뜬 마음으로 첫 발을 들였다
비 오면 비 오는 대로, 눈 오면 눈 오는 대로
구석구석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내 집보다 더 살뜰히 챙겼던 나의 정든 일터
눈에 보이는 곳마다 쓸고, 닦고, 조이고, 고치고
새벽부터 문지기 하느라 별을 따라다닌 적도 있었고
개발새발 못생긴 글씨로 회계장부를 쓰고
토독토독 계산기를 벗 삼아 숫자를 맞추다가
땀방울 삐질삐질 이제 좀 친숙해지나 싶었더니
갑자기 ‘컴퓨터’라는 녀석이 불쑥 나타나
느릿느릿 독수리타법으로 열일을 하기도 했다
서무, 시설, 재산, 소방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끌어안고 바짝 긴장한 채로
아이들의 안전과 쾌적한 교육환경을 위해
불철주야로 고생했던 어렴풋한 시간들
때로는 웃고 눈물지으며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 젊은 날이었다
시스템이 익숙해지는가 싶으면 또 무엇인가를 배워야 하고
조금씩 바뀌어 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었다
여차하면 사직서를 내겠다고 벼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내 앞에 우뚝 서서 퇴직을 말하고 있다
나이는 조금 많이 먹었어도 마음만은 아직도 팔팔한 이팔청춘인데!
거의 매일 은행에 들러 출근 도장을 찍고
책상 위에 쌓인 어지러진 서류들과 씨름을 하며
발로 뛰고 몸으로 부대꼈던 기나긴 시간 속에
나의 꼿꼿한 인생은 어느새 덧없이 흘러가고
검은 머리가 하얘지도록 빛나는 청춘을 보냈다
이제 와 다시 돌이켜보면,
보람과 기쁨이 넘치는 시간이었고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순간도 가득하다
나의 부단한 수고와 노력으로 별 탈없이 무수한 세월을 보냈고
여러 후배들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나침반이 되고자 애썼다
나의 온 열정과 청춘을 남긴 채 이제 곧 정든 교정을 떠나지만
여전히 내가 나가는 길과 하늘은 투명한 파란 빛이 될 것이다
오늘 난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새로 시작되는 새하얀 페이지 위에
나만의 쉼표를 그려가며 나의 길을 오롯이 만들어 가리라
그동안 잘 살아온 나 자신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나의 지난 날들은 조금은 힘들었지만 행복한 여정이었다
곁에서 응원해 주신 분들께 늦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이제는 노년의 자유와 설렘을 느끼며 낯선 환경에 맞서야 할 때,
가끔은 힘들어도 애써 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모두와 어우러지는 여유로운 삶을 살아야겠다
토닥토닥,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뜨겠지!
앞으로도 그렇게 꿋꿋하게 잘 버티라고, 나 자신을 토닥여본다
오늘부터 1일,
오늘과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또박또박 한걸음씩 내 길을 걸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