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리를 잘 못하기도 하지만 몇년전, 시어머님이 허리 수술로 집안에서조차 거동이 불편해지자 SNS를 몇 번 검색하고 요리조리 머리 굴려가며 메모지에
레시피도 적으면서 연구하더니 어느 날부터 소매를 걷어부치고 본격적으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어머님 음식솜씨를 이어받았는지 제법 요리사처럼
비슷하게 흉내를 냈다.
그리고 어머님의 손맛이 필요하면 수시로 어머님께 물어보면서 자기만의 레시피를 개발하는 경지에 이를 정도였다.
남편은 “요리는 과학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열심히 연구하고 정량. 정품. 정식으로 계량 컵까지 써가며 음식을 만든다. 큰 손도 어머님을 닮은 것 같다. 적은 양은 맛이 제대로 안난다며 우리 두 식구 먹는데도 참 많이씩 한다.
또한 세 아이들이 어느 요리든 주문만 하면 여느 주부 못지않게 도깨비 방망이
요술 부리듯 뚝딱 뚝딱 잘도 만들어 낸다. 요즘은 오히려 “아이들이 반찬 떨어질 때가 됐을텐데” 하고 더 만들어 줄 것이 없는지 먼저 물어볼 정도이다.
애들 역시 아빠가 만들어 주는 음식을 매우 좋아하고 무슨 음식이든 기대감과
만족감이 가득하다. 딸아이 친구는 “너희 아빠 요리사야?”라고 물어 볼 정도로
‘정말 맛있다’고 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칭찬과 감사가 더해지면서 아빠의 요리는 날로 발전하고 더 고급스러워 졌다. 오히려 자신의 숨은 능력을 찾은 듯 늦은 나이에 또 다른 재능을 발휘하는 것 같다.
특히, 타 지역에서 지내는 자식들의 밑반찬은 기본이고 각종 나물이나 장아찌 등 계절에 따라 어울리는 음식들도 곧 잘 만든다. 또한, 국거리는 서너 종류를 한꺼번에 준비하면서도 한끼에 먹을 수 있을 만큼 정성스럽게 소분하여 친정에 들른 딸 아이에게 바리바리 싸주는 친정엄마처럼 꼼꼼하게 챙기고 곱게 싸서 보낼
정도이다.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정성과 사랑에 초인적인 힘이 더해져 한번 요리를 시작하면 2~3시간씩 쉬지 않고 반찬 공장 기계 돌아가듯 열심히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나는? 남편이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톡에 보내면 사다 나르거나 마늘까기 등 보조 역할을 한다. 나 역시 가만 있지 않고 남편의 수고에 보탬이 되도록 같이 도운다. 남편은 만날 동선이 겹친다면서 "우리는 천생연분인가벼~”라며 가벼운 농담을
던진다. 26년동안 시부모님과 같이 살 때는 이런 기회가 없어서 잘 몰랐는데 애들도 다 크고 어느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다보니 이제서야 서로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지금은 시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시고 우리 집안의 입맛은 남편의 손맛에 의해
정해진다.
작년에는 김장도 했다. 나는 직장 일로 부득이 출근을 했었는데 어느새 우렁이
각시가 되어 재료를 혼자 다 준비하고 있어서 살짝 손만 보탰다. 그동안 어머님 하시는 것 도와드리면서 어깨 너머로 봐 왔던 기억을 되살려 자신만의 방법으로 양념했는데도 생각보다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매년 우리 집 김장김치를 가져가시던 시누이도 더 달라고 하실 정도로 매우 만족 해 하셨다.
덕분에 이제는 반찬 걱정 할 일이 없다!
우리 가정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저녁꺼리를 고민하며 퇴근하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