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8시간이 주어진다면...

by 바람꽃

만약 누군가 나에게

‘오롯이 당신만을 위한 8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라고 질문을 한다면,

글쎄... 나의 답변은,

‘일단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떠난다. 다음은 맛집을 찾아 맛있는 것을 먹는다. 그리고 예쁜 카페에서 색다른 차를 음미하며 멋진 풍경 속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답할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오늘은 크리스마스 날!

하필 남편은 ‘당직’이어서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근무를 한다.

며칠 전에 남편이 미리 말해줬지만 나는 당연히 숙직이라고 생각했다가 전날 저녁에 갑자기 '다음 날에 근무한다'고 해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애초에 나의 크리스마스 계획은 낮에 드라이브를 나가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외식도 하고 예쁜 추억하나 더 만들 예정이었는데 느닷없이 나 혼자 남게 된다고 하니 ‘무엇을 할까?’ 고민이 생겼다.


사실 미리 알게 되었다해도 다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고 있겠다는 생각에 누구를 불러서 만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딱히 나 혼자 차를 타고 여행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밤새 궁리를 해 봤지만 달리 좋은 계획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남편을 출근시키고 잠자리에서 조금 더 뭉그적거리다가 일단 모아놓은 빨래를 돌렸다.

그리고 요즘 계속 바빠서 마무리하지 못한 글을 정리하다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제서야 어디로 나갈지 검색해 본다.

옷을 대충 입고 어슬렁 어슬렁 집을 나서보지만 날씨도 잔뜩 흐린데다가 눈발이 날려서 혼자 운전하기도 애매하고 멀리 가면 돌아오는 길이 더 힘들 것 같고, 결국 운동삼아 동네 한 바퀴를 겨우 맴돌다 돌아왔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유튜브로 감동 영화 보기!

결국 나의 소중한 시간들은 그렇게 싱겁게 흘러가 버렸다.


모처럼 쉬는 날, 아까운 시간들은 왜 이리도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지!

그래도 며칠 전에 친구들과 만나 좋은 시간 보냈던 추억들을 글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마음의 짐을 하나 덜어낸 느낌이다.

오롯이 나만의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처음 예상과 달리 조금은 심심하고 평범한 하루였지만 그래도 범사에 감사하며 고생하고 온 남편과 소박한 저녁을 보낸다.

또 다시 나만의 여유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때는 '남편없이도 더 재미있게 잘 보내리라' 스스로에게 손가락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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